Resident vs. Nomad

by 송창록

예금, 보험 그리고 투자. 이 셋은 다르게 동작하는 자산관리 방법입니다. 예금이 오른쪽이라면, 투자는 왼쪽입니다. 보험은 예금도 아니고 투자도 아닙니다. 위험 Hedge입니다. 예금은 안전, 투자는 모험, 보험은 위험회피입니다.


사람도 안전 추구형이 있고, 모험 추구형이 있습니다. 그 경계를 가르는 것이 ‘자기’가 들인 ‘노력’, 즉 ‘수고’입니다. 자기가 들인 수고는 남이 들인 수고에 비해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자기가 수고로 번 돈은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속, 증여 또는 복권 당첨으로 받은 돈은 수고가 없기 때문에 모험적으로 투자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못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들인 수고, 즉 매몰비용을 크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혁신할 대상에 속해 있는 내부자는 스스로 혁신하지 못합니다. 혁신의 대상이 되는 불합리와 모순의 최대 수혜자가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은 그 시대를 살아서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자신보고 자신의 발 아래를 허물어야 한다고 하면 스스로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혁신은 Resident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Nomad들이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Resident들이 하는 혁신은 시작이 어렵지, 굴러가기 시작하면 세상이 바뀝니다. 대한민국은 그런 시민의식의 저력을 발휘한 나라입니다. 혁신은 옳고/그름이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혁신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돌연변이 현상입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죽느니보다 변화에 대응하다가 죽는 것이 낫다는 자기부정입니다.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유지되는 항상성을 자기 성찰의 결과로 창조합니다.


자기 자신의 수고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2017년 6월 7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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