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 vs. 집단지능

by 송창록

심리학을 공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추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그 추상은 Frame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완전합니다. 모든 개념은 대립쌍으로 존재하는데, 이 대립쌍을 하나처럼 볼 수 있어야 편견을 피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인간은 판단의 어려움을 사건 발생의 어려움으로 등치시키는 오류에 자주 빠집니다. 어느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경로가 많으면 그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반면 그 사건 대신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은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천칭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세월호 얘기도 있는데, 생각이 한 쪽으로 쏠리면 결론은 반대로 간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 사건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건으로 판단됩니다. 반대로 사건이 발생해야만 하는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 사건은 정말 우연한 것이고 다시는 발생할 수 없는 사건으로 판단됩니다. 둘 다 한 쪽 방향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판단의 오류입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리더들은 그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집착합니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경로를 일일이 다 찾아냅니다. 그 리포트를 리더가 받아 들면, 이런 생각을 하지요. 이유가 많으니까 “다시는 발생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올라옵니다. 정말 뛰어난 리더는 반대편의 질문도 합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놀랍게도 이 둘 사이에서 중복된 부분을 제외한 부분에 참 원인이 담겨있습니다.


이 양면의 생각은 같은 사람에게 지시하면 안되고 서로 다른 사람에게 지시하여야 합니다. 한 구성원에서 발생한 이유를 물었다면, 다른 구성원에게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구성원의 생각을 매칭하여 걸러내야 합니다. 그러면 바로 진짜로 대책을 세워야 할 곳이 발견됩니다. 사건 발생의 원인은 역설적으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원인도 됩니다. 관점의 쏠림으로 인해 인간에게 나타나는 습성을 피해가는 방법입니다.


집단 사고와 집단 지능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한 가지 Frame을 가지고 단체로 모여서 생각을 하면 모두 집단 사고로 빠집니다. 특히 리더가 생각의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 집단의 생각은 리더의 결론으로 그냥 쏠립니다. 이 현상을 집단사고라고 합니다. 모든 대형 사건은 집단 사고로 인해 발생합니다. 주제를 사전에 정하고 각자 따로 따로 생각한 결과물을 제출한 후 그것을 놓고 함께 패턴과 특징을 찾아가는 두뇌활동이 브레인스토밍입니다. 그러나 대개는 주제를 정하고 함께 모여서 생각하는 것을 브레인스토밍으로 착각합니다. 이런 브레인스토밍은 ‘집단사고’로 직행합니다.


‘집단사고’는 참여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생겨납니다. 반면, ‘집단지능’은 행위자들이 서로 무관하게 행동할 때 생겨납니다. 이것을 이해해야만 기울어진 생각의 운동장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2017년 6월 13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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