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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깨우침이다

by 송창록

유발 하라리와 리처드 도킨스는 인공지능이 곧 상용화하는 시대에 매우 Old한 주제를 다루는 아주 Hot한 저술가입니다. 방향성이 불확실하고 가야 할 길이 불분명한 시대에는 고전적인 주제들이 오히려 북극성의 역할을 합니다. 근원적인 주제에 대한 사유와 변하지 않는 근본에 대한 탐구가 현란한 현상들이 가린 핵심들을 드러나게 합니다.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시 화두마냥 품어보기도 합니다.


무엇을 놓고 빌거나 신에게 빌거나 소원을 빌거나 하는 것은 기복신앙이라고 불립니다. 기복신앙은 나의 길흉화복을 주재하는 주재자가 나의 밖에 존재한다고 믿는 신앙입니다. 깨우침을 갖기 전에 인간이 가졌던 원시종교의 사고 체계가 수만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살아남아 전승된 결과입니다. 오늘날의 수많은 종교가 기복신앙의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신도들은 날마다 소원을 빌러 갑니다. 심지어 영생마저도.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견해를 확장하면, 기복신앙의 근원은 “없는 것을 상상하여 있다고 믿는 인지혁명”의 결과입니다. 한 인간이 가진 두뇌의 용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집단의 숫자는 150명 정도입니다. 그것을 넘어서면 인간의 두뇌는 개인 하나하나를 구별하여 기억하거나 관리할 수 없습니다. 이 숫자는 “던바의 수”라고 불리는데, 리더 1인이 관리할 수 있는 팀 또는 그룹의 최대 구성원의 숫자가 됩니다. 인류는 이 숫자보다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도시를 이루고 국가를 이루고 사회를 구성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인간들끼리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매개체로 하여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은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인류의 머리 속에서 공유되는 “실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있다고 상상하여 믿는 것”입니다. 신, 회사, 국가, 법, 윤리 등등. 인간의 두뇌 활동이 만든 창작물입니다. 인류는 자신의 창작물로 인하여 자기 스스로가 진화하는 유일한 종입니다.


참된 종교는 깨우침입니다. 종교의 의미는 그것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깨우쳐서 자신의 운명을 자기 스스로 밝혀 나가는 것이 종교입니다. 그래서 스승이 있는 것이구요. 단멸도 부활도 윤회도 성불도 개별적인 인간이 깨우침의 유무에 따라 이루어낸 결과물입니다. 작은 깨우침이라도 있으면 죄를 짓지 않고 복을 짓는 것이고, 작은 깨우침조차 없으면 복은 고사하고 오히려 죄만 짓습니다. 자신이 지은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이 인간의 삶과 죽음입니다.


인간이 가야 하는 길이 “도”라면, “도”는 “깨우침” 하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죽는 순간까지 “깨우침”을 향하여 나아가는 수행입니다.

2017년 7월 14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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