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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음보다 다름

by 송창록

원래 있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쓰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의 도덕율도 변하고 관점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혁신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낸 창틀, 즉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프레임을 거쳐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진실을 왜곡합니다. 엄밀히 말해 우리는 자기만의 프레임 때문에 실상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사람의 다른 관점을 듣고 논의하고 토론하여 실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야 합니다. 실상은 객관적인 실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뇌 속에서만 구성됩니다. 구성된 실상이 저마다 다르면 서로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사과와 상대가 아는 사과가 서로 다르면 대화는 분절됩니다. 사과는 사과로서의 대표 특성을 추상함으로써 뇌 속에서 언어와 형상을 매개로 하여 존재합니다. 개별 사과는 저마다 다른 형상과 특성을 갖고 있더라도 추상화된 사과라는 의미로 서로 공유됩니다.


창의성은 귀납적으로 추상화된 사과를 역설적인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과일이라는 의미의 사과를 재료라는 의미 또는 브랜드라는 의미로 변환하여 보는 것이 그 예입니다.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의미로부터 벗어나 다른 관점의 의미를 발견하여 실체화하는 것. 창의성은 의미의 분절점 또는 경계를 넘어가는 일입니다. ‘나음’보다는 ‘다름’을 추구하는 의식활동입니다.


제주도의 곶자왈은 원시림으로 가득한 습한 숲입니다. 원령공주의 요정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습지를 함유한 중산간지대의 숲입니다. 제주도에 정착한 한 가족이 이 숲 자체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인공적인 조형물이 제주도의 흔한 관광상품인데 반해 역설적으로 자연 그대로가 관광상품이 됩니다. 다르게 보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담아 비즈니스를 일으킵니다. 제주도 주민의 입장에서야 그야말로 흔하디 흔한 숲이 유명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찾아 오지 않습니다. 다르게 보려 하지 않으면 비밀의 문은 그냥 늘 같은 벽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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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0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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