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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보류

by 송창록

오토 러빈저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진정성이 담긴 사과에는 5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고 제시합니다. 첫째, 자신(자사)이 다른 사람에게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사건 발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자사)에게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셋째, 죄송함과 미안함의 표현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넷째,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합니다. 다섯째, 이 모든 것을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위기 발생 후 첫 24시간 안에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해당 위기가 정점을 찍고 수그러들기도 하고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88076


사과는 말이 아니라 행위로 합니다. 불가에서는 참회하려면, 절을 천 배를 넘어서 삼천 배를 하기도 합니다. 진짜 사과, 회계, 참회는 남을 아프게 한만큼 자신도 아파야 합니다.


최근에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잘못한 일이 참 많은데, 제대로 사과하는 정치인이 없지요. 잘못은 환경과 조건으로 인하여 본인의 판단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과를 한다면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정치인과 정치적인 사람은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잘못에 대해 사과하거나 변명하는 행위만 보아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고미술품 감정의 대가인 공창호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죄에도 세 종류가 있어. 가짜를 진짜라고 하는 건 죄지만 작은 죄야. 살 사람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것뿐이잖아. 진짜를 가짜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죄야. 한번 가짜 판정을 받으면 암만 명품이라도 이 동네에서 죽어버리거든. 지하에 계신 그림 그리신 분이 얼마나 통곡을 하시겠어? 그리고 우리 문화 전체에 손실이잖아? 그보다 더 큰, 제일 큰 죄가 뭔 줄 알아? 안목도 없으면서 양심을 속여가며 진짜 가짜를 판정하는 행위지. 차라리 모르겠다고 하면 좀 좋아? ‘판단 보류’도 감정의 한 방법이거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262&aid=0000000906


진짜를 가짜라고 하는 죄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과할 일에 사과하지 않고 남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큰 죄입니다. 훨씬 더 큰 죄는 누가 잘못을 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말을 듣고 따르거나 자기 고집에 제멋대로 판단하는 죄입니다.

잘 모르면 잠자코 있어야 합니다. 부화뇌동 하지 말고.

2017년 7월 24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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