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은 양자가 서로 얻는 이익이 있을 때 발생합니다. 각자 따로 사는 것이 낫다면 굳이 공생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생은 서로 서로 얽히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얽힘의 정도가 강하면 한 몸처럼 살게 됩니다. 마치 연리지와 비익조처럼.
린 마굴리스는 칼 세이건의 첫번째 부인입니다. 린 알렉산더는 칼 세이건과 결혼해서 린 세이건이 되었다가, 이혼 후 토마스 마굴리스와 결혼해서 린 마굴리스가 됩니다. 칼 세이건이 19살이던 해 린 마굴리스는 시카고 대학에 입학하였는데, 당시 나이 14살이었습니다. 8년 후 22살이 되던 해에 이혼했는데, 두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유명한 사람인데, 린 마굴리스 또한 유명한 사람입니다. 린 마굴리스의 책 ‘공생자 행성’은 많은 파격적인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 일부는 아직 논쟁 중이지만, 일부는 이미 밝혀진 것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토콘드리아”입니다.
"린 마굴리스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같은 세포 소기관들이 원래는 독립된 생물이었다가 융합되어 세포의 한 성분이 되었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주류 견해에 반하는 별난 이론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녀의 이론도 처음에는 무시당했다. 하지만 그 세포 소기관들의 DNA가 세포핵에 있는 DNA가 아니라 세균의 DNA와 더 가깝다는 것이 드러나는 등 그녀의 이론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그녀의 이론은 이제 우세한 견해로 자리를 잡았다.” - 옮긴이의 글 -
“공생이 그저 서로 다른 종의 생물들이 물리적으로 접촉한 상태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하지만 공생자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말 그대로 서로 접촉하면서, 심지어는 상대의 몸 속에서 살아간다.” - 공생자 행성의 서문 -
모든 개체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개체는 그야말로 더 작은 개체의 공생이며, 궁극적으로 개체의 융합을 통해 전체가 됩니다. 개체를 개체로 나누면 원래의 개체가 되지 않지만, 원래의 개체로부터 탄생하였으므로 원래의 개체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진화는 하나의 개체가 환경 변화에 개별적으로 적응하여 생존한 것이 아닙니다. 개체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개체 간의 공생 즉, 융합을 통해 생존합니다. 마치 개별자의 개별성이 모여 복잡성을 탄생하고 복잡성의 반복적인 패턴이 창발성을 드러내듯이, 모든 개체는 공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개체로 환원할 수 없는 생명체로서의 특질을 갖습니다.
모든 생명은 우주를 밝혔던 별의 유해를 재료로 삼아 탄생하였기 때문에, 생명은 그 자체로 우주이기도 하며 또 우주가 아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린 마굴리스가 한 이 말이 참 아름답습니다.
“생명이란 우주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서 자기 자신에게 던져보는 한 질문이다.”
2017년 8월 7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