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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리더

by 송창록

전달만 하는 사람. 지시만 하는 사람. 보고만 받는 사람.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산불이 났습니다. 초동 보고가 Top에 올라갑니다. Top은 ‘산불을 빨리 끄라’고 합니다. 그 아래도 ‘산불을 빨리 끄라’고 합니다. 그 아래 아래도 ‘산불을 빨리 끄라’고 합니다. 이렇게 줄줄이 내려오면 마침내 일선 소방관에게까지 ‘산불을 빨리 끄라’고 내려 옵니다. 이제 일선 소방관들이 ‘알아서’ ‘잘’ ‘산불을 끕니다.’


대리는 사원의 일을 하고, 과장은 대리의 일을 하고, 차장은 과장의 일을 하고, 부장은 차장의 일을 하고, 임원은 부장의 일을 하고. 회사의 미래는 대표이사 사장과 신입사원만 걱정합니다.


사원은 대리의 일을 하고자 하고, 대리는 과장의 일을 하고자 하고, 과장은 차장의 일을 하고자 하고, 차장은 부장의 일을 하고자 하고, 부장은 임원의 일을 하고자 하고, 임원은 대표이사 사장의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런 회사가 잘 되는 회사입니다.


리더의 자리는 성과가 아니라 합당한 역량을 Qualification 받은 사람을 선발하여 앉혀야 합니다.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일을 하며 다른 업무 커버리지를 가짐으로써, 회사 전체의 가치와 역량과 영향력과 관계성에 기여하는 자리입니다. 직급과 직책은 그 자리에 적합한 업무 역량과 업무 커버리지가 있습니다. 리더의 자리는 성과에 따른 Incentive가 아닙니다.


불을 끄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불을 잘 끄기 위해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성을 갖고 지시해야 합니다. 지시는 전달이 아니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수립하여 완수한다는 의미입니다. 때로는 지시 받은 영역의 바깥에서 창의성을 빌려와야 하며, 때로는 외부의 전문가의 힘을 빌려오기도 해야 합니다. 업무 지시는 전달 받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해석하여 자신의 언어로 실행해야 합니다. 업무 지시는 스토리텔링입니다. 명령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승진하려는 이유는, 그 자리에 부여된 형극의 길이 탐나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보장된 권위와 돈이 탐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리더”는 그야말로 구성원에게 “대재앙”입니다.

2017년 8월 29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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