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의 신맛은 레몬에 있지도 않고 혀에 있지도 않습니다. 레몬의 신맛은 우리의 인식에 있습니다. 그녀와의 사랑은 그녀에게 있지도 않고 내 가슴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녀와의 사랑은 나의 인식에 있습니다.
읽어낸다는 것은 의미를 파악한다는 말입니다. 의미는 글이라는 문자에 있지도 않고 그것을 보는 눈에도 있지 않고 단어간의 작용을 파악하는 의식에도 있지 않습니다. 글이 뜻하는 의미는 우리의 인식에 있습니다. 의미를 파악하는 인식은 출생 상태에서는 깊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 인식을 깨우기 위해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지요. 이를 불가에서는 수행이라고 합니다.
현대 문명의 결과로 인간은 디지털 치매에 걸리게 될 수 있습니다. 인식 없이 육신과 물질이 보여주는 대로 반연하여 이끌려 가는 삶. 바로 그러한 삶이 무상한 삶을 만듭니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을 보면 공감하고 도와주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야 하는데, 공감하지 못하고 물질적 가치에 매몰되는 무상한 삶입니다.
높은 기억력과 속 깊은 인식은, 많은 것을 접해서 쌓인 지식의 총량이 아니라, 저장된 의미들이 재구성되면서 얻어지는 Networking에 의한 창발성입니다. 의미가 재구성되어 얻어지는 창발성을 지혜라고 부릅니다. 많이 접하지만 기억하지도 못하고 꺼내 쓰지도 못하기에, 지혜로 승화하지 못하는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면 모든 것에 통하게 되는 걸 잊어버린 겁니다.
2014년 9월 22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