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와 침묵

by 송창록

남자가 애인에게 아껴야 하는 말은?

“사랑해.”

남자가 애인에게 자주 해야 하는 말은?

“그대 뿐이야.”

남편이 아내에게 아껴야 하는 말은?

“미안해.”

남편이 아내에게 자주 해야 하는 말은?

“사랑해.”

사랑해서 결혼할까요? 아니면 결혼하려고 하니까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주기만 하는 사랑이 존재할까요? 내가 계속 주고 있는데, 상대방이 알아봐주지 않는데도 계속 줄 수 있을까요?


주고 싶은데 상대방이 받지 않기 때문에 줄 수 없어서 안달이 난 마음을 짝사랑이라고 합니다. 사랑의 대상을 자기 안에 허상으로 세워 놓은 마음이 외사랑입니다. 짝사랑은 식어가지만, 외사랑은 깊어집니다. 외사랑에 걸린 사람을 짝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개 서로 말이 없어도 서로 깊이 아는 사람들은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Touch, 응시, 침묵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 대화가 모든 것을 다 전달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바쁜 일상에는 비언어적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상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수다스러워야 합니다. 가방을 싸면서 학교 친구 얘기를 해야 하고, 아침을 먹으면서 상사 뒷담화를 까야 하고, 방바닥 청소를 하면서 시월드를 씹어야 합니다. 구두를 닦으면서 “사랑해”를 백 번을 외쳐야 합니다. 옷을 입고 출근하러 현관으로 뛰쳐나가면서도 “사랑해”를 천 번은 외쳐야 합니다. 알았다고 그만하라고 해도 현관문 닫힐 때까지 합니다. 일상에서의 침묵은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비언어적 대화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이고 근원적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옆에 누워 있는 아내의 귓볼에서 어깨끝으로 내려가는 목선을 가만히 바라보며 목선을 따라 손가락을 흘러 내립니다. 마치 손가락이 그 곡선을 기억할 것처럼. 등뒤 견갑골 사이의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사랑해”라고 손가락 끝으로 씁니다. 손이 닿지 않아서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새벽잠에 취해 꼭 감고 있는 눈꺼풀에 “사랑해”하면서 가벼운 입맞춤도 합니다. 눈을 뜨면 마음이 거기에 숨을 것처럼. 사랑은 그런 작은 관찰과 몸짓들의 속삭임입니다. 침묵은 그냥 침묵이 아니라 비언어적 수단으로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수다와 침묵. 그 중간에 어정쩡하게 있지 말고 양쪽 모두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삽니다. 2011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 추모식에서 오바마는 51초 동안 침묵합니다. 그는 연설의 한 매듭 후에 51초동안 눈빛, 앙다문 입술 그리고 몸짓으로 추모사를 계속합니다.


https://youtu.be/jXIe2p5Ac9M


2017년 11월 13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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