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읽는 사람

by 송창록

영화를 보는 사람과 영화를 읽는 사람은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Image를 보는 것과 Text를 읽는 것의 차이입니다. Image는 시간의 순서로 스쳐 지나가는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영화는 표현 기법이 많은 의미를 결정합니다. 영화는 보여지는 도구이기에, 일찍이 Propaganda(선전)의 도구라고 불려집니다. 보이는 대로 믿게 만드는 도구라는 의미입니다. 알려주고 싶은 거만 알려서 믿게 만드는 도구라는 의미로 신문하고 같은 부류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표현됩니다. (물론 가끔 특정 장면에서 주인공의 시점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를 2차원 관점이라고 합니다.


소설을 읽는 것은 글자를 보는 것과 다릅니다. 글자 그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글자와 글자의 연결 그리고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는 듯 하지만 비어 있는 공간에 의미가 있습니다. 의미를 발견하기 위하여 집중하고 몰입하고 관점을 이동해야 합니다. 인간은 정보를 시각화 과정을 거쳐 이미지와 연결된 네트워크로 저장합니다. 눈이 소설의 글을 보는 동안, 뇌는 이미지를 창조합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 입니다. 이런 경우를 3차원 관점이라고 합니다.


소설을 읽는 과정에 다른 이미지 정보가 오버랩이 되면, 읽는 과정이 무척 어렵게 느껴집니다. 책이 잘 안 읽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다루는 훈련이 안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피곤한 일입니다. 영화를 읽는다는 의미는 소설과 같은 방법으로 뇌를 동작시키는 것입니다. 이미지를 스토리라는 정보로 바꿔서 Scene과 Scene 사이의 이어지는 듯 하지만 비어 있는 Frame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입니다.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 열려 있는 의미 그리고 배경처럼 배여 있는 맥락 등. 영화에 몰입하는 과정이 소설에 몰입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과도 동화합니다.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각 Scene의 빈 공간을 채워나갑니다. 영화 읽기는 한 번만 보아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읽어내려면,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합니다.

시점을 등장인물로 바꾸어 영화를 연출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합니다. 영화를 주요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각각 찍은 후 Merge합니다. 관객은 표를 살 때 어느 등장인물의 관점으로 영화를 볼 지 선택합니다. 그 다음에 해당 등장인물의 관점으로 찍은 상영관에 들어갑니다. 같은 영화가 각각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다르게 이해됩니다. 영화가 게임의 기법을 차용하는 것인데, 실사 영화로는 어렵고 애니메이션 영화와 CG 영화에 도입할 수 있습니다. 5명의 등장 인물이라면, 5편의 영화를 봐야 하고, 게임처럼 반복해야 합니다. 나중에 영화를 게임으로 만들 때는 영화보다 더 자유로운 선택지가 추가될 수도 있겠습니다.


Contents는 내용이고, Context는 맥락입니다. 인간은 단어로 생각을 하고, 문장으로 행위를 하며, 맥락으로 이해를 합니다. 단어와 문장에 얽매여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이 딸리는 인간이 천지사방에 널렸습니다. 말과 글은 다릅니다. 말도 알아듣기 어려운데, 글은 얼마나 알아듣기 어렵겠습니까?

“판단하지 말고, 질문하라.” 질문이 가장 진실한 대화법입니다.

2017년 12월 11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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