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곧 닮음

by 송창록

닮음은 친숙하여 혈연의 느낌을 만들고, 다름은 매력적이어서 인연의 느낌을 만듭니다. 닮음에서는 편안함을 느끼고 다름에서는 매력을 느낍니다.

독특함은 낯설기 때문에 저항감이 생깁니다. 독특함은 다름과는 다른 축에 놓인 감정을 이끕니다. 다르면서 독특함은 매력적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거리감을 형성합니다. 닮으면서 독특함은 익숙함이 붕괴되면서 강력한 혐오를 형성합니다. 인간은 자기를 닮은 독특한 개체에 적개심을 느낍니다. 시어머니가 처음에는 자기를 닮은 며느리를 좋아하지만 결국엔 독특한 며느리에게 적개심을 발산하는 막장드라마처럼.

심리학에 Uncanny Valley(언캐니 밸리)가 있습니다. 인간이 좀비를 극도로 혐오하고 공포스러워 하는 이유입니다. 언캐니 밸리는 인간과 거의 유사하게 닮은 지점에서 가장 깊은 골이 발생합니다. 성형수술이 과하면 좀비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어색함이 언캐니 밸리를 만들어버립니다.

인간과 점점 더 유사한 캐릭터가 매년 나옵니다. 디지털기술을 통해 언캐니 밸리를 넘으려는 시도는 많습니다. 아직까지 언캐니밸리를 넘은 캐릭터는 없습니다. 어딘가 어색하기만 하면, 인간은 자신을 닮은 것 자체를 혐오합니다. 심리학의 뿌리는 매우 깊어서 아직도 연구 중입니다.

아래 여고생도 사람이 아닙니다. 인간과 같은 자연스러움을 얻으려는 욕망은 이러한 심리적 언캐니 밸리에서 항상 좌절됩니다. 영화 ‘Her’에서 사만다는 목소리만 있습니다. 만약 이미지가 있었다면, 남자는 절대로 사만다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자꾸 인간과 닮은 로봇을 만들려고 하니까 어렵습니다. 인간은 자기와 닮았지만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어색하면 비록 인간이더라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장애인학교를 혐오시설이라고 자기의 아파트 단지 구역에 들여 놓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심리입니다. 인간은 언캐니 밸리라는 심리를 근저에 갖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 심리에 따라 행동합니다. 본능을 이기고 사회성을 획득하려면, 다른 사고를 학습해야 합니다.

다름이 곧 닮음이라는 이치. 사람 하나 하나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 같음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라는 것. 인간이 같다는 것은 인류로서 같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의 한 부분으로서 같다는 것. 보편성을 획득할 일이지 같음을 획득할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길은 인간을 넘어서야만 인간이 될 수 있는 길을 의미합니다.

2018년 1월 8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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