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용어 하나를 공부합니다. 깊은 불안감 속에서 탄생하는 최고의 창조 행위를 “앙스트블뤼테”라고 합니다. 췌장암으로 인한 시한부 삶에서 모바일 시대의 표준기기를 탄생시킨 스티브 잡스. 청력을 잃어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위대한 교향곡을 작곡한 베토벤. 큰 것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딛고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냅니다.
가장 높은 산은 가장 깊은 골을 갖고 있듯이,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좌절을 해본 사람만이 오뚝이처럼 정점의 삶을 일구어낼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는 나락으로 떨어져서 좌절하지 않고 솟아 오르는 그 힘. 그 힘이 앙스트블뤼테입니다.
연어든 말미잘이든 산호든 죽음을 맞닥트린 그 순간,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산란하고 수정을 합니다. 모든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은 탄생과 만나는 찰나의 위대한 통과의례입니다. 최악을 만나는 순간, 바로 거기가 위대한 삶의 시작점임을 아는 것. 그것이 위대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입니다.
왜 가능할까요. 베토벤을 예로 들면, 비록 그는 청력은 잃었지만, 소리는 귀에 있지 않고 악기에도 있지 않고 바로 그의 인식에 있습니다. 인식이 창조하는 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청력의 상실은 작곡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모든 건 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꺼내 쓰지 못할 뿐입니다. 그걸 꺼내 쓰려면,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위대한 창조와 깨달음의 순간은 그래서 바로 앙스트블뤼테입니다.
모든 것을 잃어도 아무 것도 잃은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2014년 10월 7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