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외로움

by 송창록

반에 서슬이 시퍼런 권력형 주먹 학생들이 있으면 벌어지는 일.


주먹 학생들이 아주 만만한 학생 한 명을 허드렛꾼으로 찍습니다. 그 학생하고 말 트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반 학생들에게 선언합니다. 이 학생에게는 학교에 다니는 내내 친구가 생기지 않습니다. 주먹 학생들이 이 학생에게 말을 걸어주며 일꾼으로 부려먹습니다. 이 학생은 가방도 들어다 주고 돈도 바치고 심부름도 하고 가끔 또는 매일 화풀이 대상으로 맞기도 합니다.


다른 학생 하나가 전학을 옵니다. 권력형 주먹 학생들과 싸우지는 않지만 다른 의미의 권력을 가진 학생입니다. 이 둘은 서로의 경계를 지키며 정전협정을 맺은 것처럼 삽니다. 부딪히면 서로 피곤합니다. 그 전학온 친구가 이 허드렛꾼 학생을 봅니다. 말을 겁니다. “왜 저항하지 않냐?”고. 허드렛꾼 학생이 말합니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 난 지금이 좋아.”

학교에서의 현실은 어른이 된 사회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이 상황을 실감나게 다룬 소설이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입니다. 영화 ‘싸움의 기술’은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싸움 기술을 배우고 일진을 두들겨 패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속시원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나 있는 이야기입니다. 네이버 웹툰 ‘마주쳤다’도 이런 이야기입니다.


대개 허드렛꾼이 된 왕따가 된 학생은 전학도 가지 않습니다. 그 관계에 적응한 것입니다. 이성이 판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행동하게 합니다. 그 마음 깊숙한 곳에 ‘외로움’이 있습니다. 이 관계를 벗어나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부재로부터 오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몸이 아픈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마음이 외로운 것은 견디지 못합니다. 이 학생에게는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나머지 학생들의 공감과 배려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다수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나쁩니다.


우리는 단어를 통해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문장을 통해 맥락을 파악하여 이해합니다. 공감 Test 몇 가지.


1. 누군가 옆에 없어 느끼는 외로움보다 앞으로 볼 수 없어 느끼는 외로움이 더 크다.

2. 어떤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잃었을 때만 알 수 있다. 그 전엔 알 수 없다.

3. 가치는 오직 자신만이 부여할 수 있다. 의미를 부여하는 건 늘 중요하다.

4. 위선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솔직한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5. 러시안룰렛에서 끝까지 가는 건 용기 있는 자가 아니라 더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페친 신상철님의 포스트에서 옮겨 왔습니다.


자기를 때리는 애들이라도 있는 것이 낫지 그 애들마저 없다면 어떤 감정이겠습니까?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가난을 재생산하는 보수권력자를 지지합니다. 중산층을 오히려 더 미워합니다. 그 중산층은 지들 얘기 밖에 하지 않으니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입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 키가 작아서, 물 떠다 바치고 돈 바치고 가방 들어다 주고 자리 잡아주고 하며 살았는데, 같은 학년의 한 또래 패거리가 내가 불쌍하다고 자기들 패거리에 넣어 주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들하고 평생 친구하고 삽니다.


난 아들/딸이 공부를 잘 하지 않아도 좋으니, 학교 다닐 때 체육 활동이나 클럽 활동을 많이 하라고 했습니다. 아빠가 경험으로 어떤 친구들이 그들의 먹이감이 되는지 너무나 잘 아니까요.


회사라고 해서 별 다를까요?

2018년 3월 12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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