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과학자들이 놀랐다고 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유전자 수가 정말 많을 줄 알았는데, 기대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입니다. 초파리와 비교해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답니다.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차이는 실제로 유전자의 차이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은 어쩌면 그 작은 차이가 결정적인 차이라는 것이고, 셋은 모든 생명체는 인간의 유전자를 닮은 만큼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인간 유전자를 전부 읽는데 드는 비용은 1천 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읽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인간이 가진 병 중 일부는 유전자 변이로부터 기인합니다. 유전자 배열 정보를 X로 두고 병을 관찰한 정보를 Y로 두고 분석하면, 어느 유전자 변이가 원인 인자인지를 알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이 발병하기 위해서는 환경 요인도 기여합니다. 발병은 확률 사건입니다. 환경을 잘 다스릴 지 아니면 원인인 유전자를 고칠 지는 앞으로 선택입니다.
인간 세포를 구성하는 구성 요소에서 유전자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컷과 암컷 유전자 세트가 반으로 갈라진 후 결합하여 탄생한 새로운 유전자 세트 하나가, 세포 하나를 형성할 때는 다른 유전자 세트를 가진 세포 구성 요소로 분화됩니다. 세포 구성 요소마다 유전자는 서로 다른 미생물의 유전자와 닮아 있다고 합니다. 세포는 미생물이 공생하다가 결합한 결과물이라는 놀라운 가정을 세울 수 있습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세포 단위에서 미생물과 결합하는 공생진화를 한 결과라고. 생물학 본능과 사회학 본능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이 어쩌면 공생이겠습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함께 풀어야 한다고 믿는 것은 본능에 가깝습니다.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진화 흔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몸 말초에 있는 세포 또한 미생물에 가깝습니다. 특히 입에서부터 항문까지를 이어지는 장은 몸 외부로 간주됩니다. 우리 몸은 Donut과 같은 위상입니다. Donut 안쪽 표면은 무수히 많은 돌기와 미생물총이 존재합니다. 고대로부터 공생하던 어떤 미생물이 유전자결합에 의해 우리 몸과 하나가 되어 돌기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병은 우리 몸 내부가 아니라 우리 몸 외부에 있는 이들 미생물과 돌기가 결정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에 발생한 유전자 변이는 이들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는 공생 관계에 영향을 미쳐 신체 항상성을 기울어지게 합니다. 아직 몸과 더불어 함께 사는 생명체의 공생관계를 충분할 만큼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만, 엄마 뱃속에서부터 자기 자신에게 고유한 미생물총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확인되었습니다. 미생물총 변이로 인해 겪는 병이 있는데, 치료법이 부모 똥으로부터 미생물만 걸러내서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입니다. 이미 상용화되었습니다.
미생물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몸입니다. 먹는 것이 바뀌면 미생물총이 바뀌고, 미생물총이 바뀌면 우리 몸 상태가 바뀌고, 우리 몸 상태가 바뀌면 그것을 병이라고 부릅니다. 앞으로는 태어난 순간부터 미생물총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측정한 미생물총 데이터와 건강 데이터를 비교하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미생물 이식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우주 일부분이지만, 우리 몸 그 자체도 우주입니다.
2018년 6월 18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