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움도 없는 말이지만, ‘인생은 미완성’입니다. 삶은 ‘죽음’으로서 완료되지만, 인생은 ‘죽음’ 후에도 ‘미완성’입니다. 인생이 남긴 흔적들은 지독하리만치 ‘처절하게’ 미완일 수 밖에 없는 생채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우디’가 남긴 ‘미완’의 건축 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다르다는 것. 변화를 일으키는 것. 시작은 현실에서 출발할 수 있겠으나, 방향성은 현실을 벗어나야 합니다. 방향성으로부터 구성되는 미래는 상상으로만 존재하며, 삶이란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도전입니다. 상상 자체가 미완이기에 구성되는 현실도 미완일 수 밖에 없으나, 삶은 완전성에 도달하기 보다는 불완전성을 직시하며 끊임없이 보완하는 과정입니다. 현실에 안주한다는 말은 꿈이 없다는 뜻도 아니고 지금에 만족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삶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미완의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오늘도 공사중입니다. 100여년의 시간 동안 설계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성당 건축에 사용되는 재료는 계속 변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 시간 동안 미완이 겪어야 했던 생채기를 고스란히 재료를 통해 드러냅니다. 인간의 삶으로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설계도에는 변함이 없지만,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동안 사용되는 재료는 계속 달라집니다. 삶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처럼 미완이어야만 했기에 겪어야 했던 생채기를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누구나 운명에 직면하면, 받아 들인 운명과 자기가 지어낸 운명의 변증법을 따릅니다. 운명에 직면해야만 하는 사람은 그런 순간에 놓인 자기 스스로를 위로해야 합니다.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좋은 날을 잡아서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사주기도 해야 합니다. 오늘 그렇게 살아낸 자신에게 자기보다 더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남을 도와주는 좋은 일 하나 쯤 선물하여도 좋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위로를 받아야만 살아낼 수 있게끔 진화했는지도 모릅니다.
만화 ‘미생’의 한 구절. “모두가 땅을 볼 수 밖에 없을 때 누군가는 구름 너머 별을 보려고 한다. 그들을 임원이라 한다면 임원은 땅바닥을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구름위로 오르려는 속성을 띄게 된다. 그러나 구름 위로 오르는 순간 발은 땅에서 떨어지고, 자신이 바라보는 별과 땅의 채널을 잃어버린 임원은 추락하게 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고. 임원은 계약직이다. 회사가 원하는 임원이란 구름 위를 기어오르는 자가 아닌 두 발을 굳게 땅에 딛고서도 별을 볼 수 있는 거인이었다.” - 미생, “종국”편 -
비전은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현실이 아닙니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비전은 지금과 다른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니 상상에 가깝습니다.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딛고 선 발은 현실에 있어야 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을 잇는 그런 사람을 ‘Entrepreneur’라고 부릅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자기가 그런 물건을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고객은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뭘까요? 바로, 상상력!
2018년 9월 21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