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리고 있을 뿐

by 송창록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는 임원송년회 때 특별강연을 한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언급했던 책입니다. 열심히 산다는 게 의미가 없어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


Technology는 언어입니다. 없던 것이 생겼을 때는 Technology이겠지만, 처음부터 있었을 때는 언어입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이패드가 Book을 대체하는 기술이지만, 태어나서 처음부터 아이패드를 만난 아이는 그게 그냥 세상이고 언어입니다. 아이는 그 바탕 위에서 소통하고 성장합니다. 아이패드를 접하고 산 아이에게 그림이 든 액자를 주면, 손가락으로 사진 키우기 동작을 합니다. 사진 키우기가 안되면,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고장났어요.’


이런 세대가 곧 몰려옵니다. 글보다 동영상을 더 많이 보는 세대. 네이버 검색창보다 유투브 검색창을 더 많이 이용하는 세대. 그림일기가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으로 일기를 쓰는 세대.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이용하는 세대. 동영상 편집을 자유자재로 하여 틱톡에 올리는 세대. 3초 만에 관심을 잡지 못하면 스크롤 하는 세대. 회사 내에서 동영상을 찍어 공유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셀프 영상으로 동영상을 찍은 후 편집하여 올렸겠지요. 글보다 말이 더 빠르니까. 말보다는 생각이 더 빠르니까.


기존 세대가 부를 지대화하면서 신세대는 부를 쌓지 못하고 주변화됩니다. 인간이 정말 오래 살면서 병과 소득감소로 쌓은 부를 탕진하고,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 일자리는 사라집니다. 부모 세대 부보다 자식 세대 부가 더 많은 시대는 끝났습니다. 젊은 노인과 청년이 질이 낮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노인문제와 청년문제는 동전 양면입니다.


인간 수명보다 기업 수명이 짧기 때문에 기업은 구성원 평생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Digital 기술에 의한 사회 변화는 매우 빠릅니다. 구성원에게 평생 직장은 사라졌으니, 부장과 임원은 구성원에게 미래가 아닙니다. 자기보다 먼저 실업자가 될 운명을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은 평생 4번의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사회 변화로 인해 주류 직업이 계속 바뀌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에 평균 삶을 산다는 것은 스스로 자해하는 행위입니다. 길은 길 위에 있지 않고 길 밖에 있습니다.


평생직장도 평생직업도 없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미래를 앞에 둔 상태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는 현재 소확행을 이길 수 없습니다. 기업은 소확행 추구심리에서 비즈니스를 찾아냅니다. AI는 행동을 센싱하여 데이터로 처리하여 유혹합니다. 선택과 결정의 자유는 사라졌습니다. 털리고 있을 뿐인데 그것을 우리는 자유라고 착각합니다.

2018년 12월 27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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