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섞을 마음

by 송창록

말은 한자어로 언어입니다. 말은 소리가 아니라 의미입니다. 언은 나의 의미를 전달하는 말이고, 어는 서로의 의미를 주고받는 대화입니다. 논어의 마지막 문장 ‘不知言無以知人也’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법을 모르면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말을 ‘잘’ 해야 합니다.


말에는 품격이 있습니다. 말의 품격은 인격을 드러냅니다. 남의 부족함을 지적질하는 말을 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말의 품격을 떨어뜨립니다. 고스란히 말의 품격이 사람의 인격이 됩니다. 사람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말 품격이 드러납니다. 사람을 바꾸기는 힘듭니다. 사람을 둘러싼 조건과 환경과 상황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도로에서 뒤차가 내 차를 박았을 때 반응입니다. 나가서 뒤차를 보니 운전대에 사람이 있습니다.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운전대에 앉은 사람을 보고 지랄합니다. 어찌된 상황인지 파악할 생각은 전혀 없고 운전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다짜고짜 판정을 내립니다. 진짜 지랄을 합니다.


다른 상황입니다. 나가서 뒤차를 보니 운전대에 사람이 없습니다.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빈 차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허겁지겁 차 주인이 오더라도 화를 내기 보다는 저 차가 왜 저러냐고 묻습니다. 사람이 아주 객관적이 됩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상대가 사람이냐 사물이냐 입니다. 사물은 말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사람 말은 사람을 상대하는 도구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는 물건입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상황을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피치못할 사정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전적인 잘못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 발 물러서는 사고에서 나오는 말이 품격을 높입니다. 자기가 하면 다 잘 될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상대가 있는 상태에서 일합니다. 상대가 항상 자기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착각하면 일을 그르칩니다. 말을 통해 인간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맞춥니다.


말의 품격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높은 자리를 주지 말라는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말 섞을 마음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9년 1월 31일 독서통신

작가의 이전글일에서 잃어버린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