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

by 송창록

‘청소부 밥’이라는 책에 나온 말.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청소부 밥이 젊은 나이에 CEO가 된 로저에게 준 6가지 원칙 중 하나입니다. 이 원칙은 먼저 세상을 떠난 밥의 부인 엘리스가 밥에게 남긴 말입니다.


결혼을 하면 부부가 됩니다. 부부가 되는 것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거라구요. 그래서 5월 21일이 부부의 날입니다. 저는 이 말이 부부관계에 그리 좋은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족번식은 결혼을 통해 부부가 되는 형식이 아니더라도 가능합니다. 오늘날 다양한 가족 형태는 종족 번식을 위한 가족 형태의 분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아직 제도와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이들을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끌어 안고 있지는 못합니다. 굳이 부부라는 제도적 장치를 고집해야만 종족번식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부부의 가치가 변화하면 가족의 가치도 또한 변화합니다. 어떤 부부가 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가족이 될 것인가는 진지한 질문입니다. 생물학적인 종족번식의 원초적 욕망과 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성적 욕망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이런 질문을 부부간에 얼마나 하고 살겠습니까?


부부는 독립체인 각자의 인생이 각자 독립체인 채로 쌍성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기초 단위입니다. 결혼이 두려우면서도 고마운 까닭은 완전한 한 인생이 통째로 자신의 안전거리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인생에 서로가 건전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부부란 하나의 삶을 공유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각자의 삶에 존중이 없는 부부 관계란 좌우 균형이 맞지 않은 종이비행기와 같습니다.


결혼을 하면 행복할거라 믿으며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결혼은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부부도 가족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함께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가족 또한 행복합니다. 병으로 일찍 죽은 밥의 부인 엘리스는 밥에게 왜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했을까요? 부부와 가족은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독립된 개인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아파서 누워만 있어도 자기 자신에게는 힘이 되고 응원이 되는 고마운 관계가 가족입니다.


개인은 사회라는 넓은 세계에 독립성과 정체성을 밝히며 사회적 인간으로서 삶의 주체성을 발휘합니다. 사회적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인간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습니다. 가족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이 사회적 삶을 행복하게 이룰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응원하는 최소 단위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 어느 하나라도 행복하지 않으면 가족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만화 ‘미생’의 명장면. “소미가 사랑을 받으려면, 사랑을 주는 사람이 행복해야 해. 자기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주는 사랑을 행복하게 받을 수 있을까? 사랑을 짐으로 받은 아이. 너를 위해 엄마는 이것도 포기했단다. 너를 위해 아빠는 이렇게나 했단다. 너를 위해. 너를 위해. 난, 내 일이 좋아. 소미 엄마 이전에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그래야 소미도 행복한 아이가 될 수 있어.”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닮습니다. 가족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닮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행복한 얼굴은 가족 공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만들어져 가족 공간으로 들어옵니다. SK하이닉스에 출근하는 모든 구성원이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ACE POKER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구요.

2019년 2월 9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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