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퇴화된 능력

by 송창록

사회과학에서 통계를 배우면 다음 두 단어를 익힙니다. 신뢰도(Reliability)와 타당도(Validity). 공학에서 통계를 배운 사람이라면 다음 두 단어를 기억합니다. 정밀도(Precision)과 정확도(Accuracy). 이것을 가우시안 분포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정확도는 Mean Value가 True Value에 얼마나 가깝냐입니다. 정밀도는 Variance가 얼마나 작냐입니다. 이 둘은 서로 독립적이고 상호작용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 둘을 분리하여 직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다수의 분포를 동시에 인지하는 전지적 인지를 못합니다. 아래 동영상의 침팬지는 잘 합니다. 인간의 인지는 구두쇠적인 본능이 있어서 개별로 하나씩 인식합니다. 이벤트가 여러 번 반복될 때 인간은 정확도보다는 정밀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낍니다. 나에게 편한 사람은 변화가 적은 사람입니다. 제조 현장에서 가장 원하는 상태는 변화/변경/변동(삼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제조 현장의 일이란 삼변을 잘 다루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누군가를 믿는 이유의 대부분은 그가 일관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관성은 Variance가 적다는 뜻이고 정밀도가 높다는 뜻이며 신뢰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Leader는 이런 Follower를 신뢰합니다. 삼변의 순간이 오면, 신뢰도는 Mean Value의 Drift를 보정하지 못합니다. 믿는 Follower에 발등 찍힙니다. 심리적으로 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건 곧 종말이 다가온다는 의미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지 않으면, 삶은 삶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그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신뢰한, 자기 자신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Work-and-Life Balance를 천칭 위에서 Variance의 작음으로 인지하는 한, 워라밸은 삶의 의미를 박탈하는 부메랑이 됩니다.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는, 일도 미친듯이, 삶도 미친듯이, Variance 크게, 남들과 다르게, 즐길 줄 알라는 뜻입니다.


침팬지가 잘 하는 것을 인간이 잘 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퇴화된 능력입니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걸 잘 해야 합니다.

2019년 5월 23일 사람통신

https://youtu.be/ptyx6dZOZ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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