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SK하이닉스의 강점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1등이 “협업 문화” 였습니다. 다시 다른 질문으로, 일하기에 가장 어려운 애로사항을 물었습니다. 답이 “협업 부족, Silo”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일까요?
별거 아닙니다. 잘된 거는 ‘내가 도와줘서 잘된 거’고, 안된 거는 ‘남이 도와주지 않아서 안된 거’라는 말입니다. 협업은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고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서로 돕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발적 도움을 기초로 하여 유지되는 조직. 자발적 도움이 없으면 일이 되지 않으니, 권한과 권위, 소위 말해 ‘엑스칼리버’를 달라고 합니다.
조직의 성과가 혼자 일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은 옳습니다. 그렇다고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 남의 도움에 의존한다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원칙과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 둘이 사고와 행위의 기초가 될 때 그것을 문화라고 합니다. 기업 문화는 구성원의 사고 방식과 행위 양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DT 담당의 행복 ‘Do and Don’t’와 같습니다. 협업 1.0에서 협업 2.0으로 진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습니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는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 가치를 추구하는데 돈과 기술을 퍼붓습니다. 투자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 이익은 전혀 증가하지 않는 회사. 그걸 ‘Customer Obsession’이라고 합니다.
조직도 변하지 않는 것과 항상 변하는 것이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구성원의 가치. 변하는 것은 조직의 구성 원리. 협업은 구성원의 가치를 기초로 하여 조직의 구성 원리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조직은 두 가지 형태를 가집니다. (여현준 작가가 페이스북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기능단위조직과 전략단위조직.
기능단위조직이 뷰로크라시인데,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구조에 의해 강제하지 않으면 사일로에 빠집니다. 협업에 살고 협업에 죽고 하는 이유는 기능단위조직인데도 중앙집권적이지 않아서 입니다. 권력이 분산되어 있어서 지방 호족 체계이고 호족 간의 협의 의사 결정 체계를 인간적인 문화라고 부릅니다. 뷰로크라시는 Almighty 절대 권력과 다방면으로 유능한 Staff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략단위조직은 애드호크라시인데, 단위조직 하나가 그대로 독립적인 Business 단위입니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는 이 전략단위 조직에서 발휘됩니다. 기능을 조직이 담당하지 않고 구성원이 담당하므로 전문가들이 모여야 합니다. Top Leader의 Empowerment가 아니라 Peer Pressure가 동작합니다. 작은 팀으로 시작해서 규모가 커지면 하나의 사업체로 발전합니다.
조직 구조에 관계 없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가치는, 의사결정의 권한을 고객의 접점에서 일하는 구성원에게 최대한 많이 위임하라는 겁니다. 책임은, 기능단위조직에서는 Top Leader가, 전략단위조직에서는 모두가 진다는 점만 다릅니다.
2020년 3월 23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