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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

by 송창록

인간의 삶에서 행복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존엄도 있고, 자유도 있고, 책임도 있고, 권리도 있습니다. 다양한 가치들이 서로 얽혀서 제 빛을 냅니다. 인간은 넘치는 가치보다 부족한 가치에 더 많이 민감합니다. 가진 것은 잘 보이지 않고 가지지 않은 것만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결핍을 더 크게 인지하는 Bias가 있습니다.


모든 가치를 세가지 Connection에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한 관점입니다. 하나는 나 자신과, 다른 하나는 타인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어떠한 가치이든지 이 세 Connection으로 바라보면 사고가 풍부해집니다.


자기성찰을 살펴볼까요. 하나는 자기가 바라보는 나, 다른 하나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기대하는 나. 자기의 본래 모습이 담겨 있는 지점은 이 세 관점이 겹치는 지점입니다. 결핍에 과잉반응하는 Bias를 극복하고 객관적 성찰을 할 수 있습니다. 불행한 사람은 겹치는 지점이 만들어지지 않는 사람인데, 결핍에 과잉반응하는 전형적인 사람이 됩니다. 결핍은 비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한 임원이 퇴임을 당하자 엄청난 고뇌에 휩싸입니다. 자신은 그렇게 회사와 구성원과 BP에게 잘 했는데 퇴임하게 되었다고 분노를 토합니다. 견딜 수 없었던 임원은 코치 마스터를 찾아가 상담을 합니다. 코치 마스터가 구성원과 동료 그리고 BP에 실명을 비공개한다는 조건으로 의견을 묻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자기가 아는 자기와 주위에서 아는 자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더랍니다.


임원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로 헤아릴 수 없습니다. 몇 개월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칩거하던 임원은 마침내 돌아와 이제라도 달라지기로 결심합니다. 자기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들을 만나 용서를 구하고 밑바닥 디테일까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조언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태도를 불교에서는 하심(下心) 또는 방하착(放下着)한다고 합니다. 자기성찰을 독하게 겪은 임원은 재취업 인터뷰에서 이 경험을 솔직하게 회사 CEO께 얘기합니다. 그 임원은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옮겨간 회사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면서 핵심 인재가 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거의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신, 타인 그리고 둘러싼 세계의 삼중점에 놓인 본래 모습을 자기 자신이 성찰하는 경우에만. 대부분의 사람은 시한부 판정 또는 죽음이 닥치는 공포 속에서 깨닫습니다.


후회는 언제나 늦습니다.

2020년 4월 20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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