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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by 송창록

인간 사고의 발전 단계가 있습니다. 관찰에서 통찰로, 통찰에서 직관으로. 직관은 어림짐작이 아닙니다. 관찰로부터 오는 정보를 연결하여 맥락을 이끌어내는 통찰이, 극도로 습관처럼 단련된 두뇌활동입니다. 보기만 하면 보이는 고수의 단계입니다. 범수에게는 한참이나 걸려서 발견되는 것이 고수에게는 보기만 하면 보입니다. 직관은 조건반사 수준으로 단련된 분석력으로, 경험의 총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직관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감이 온다’고 말할 때, 그 ‘감’ 하고는 아예 다른 겁니다. 감은 불확실하고 경계가 흐릿하고 이미지가 뿌옇습니다. 반면, 직관은 분명하고 경계가 뚜렷하고 이미지가 또렷합니다. 감은 ‘이거 될 것 같은데’ 인데, 직관은 ‘이거 진짜 됩니다’ 입니다. 뇌의 컴퓨팅이 부족하지 않고 진짜 빠릅니다. 경험 안에 있는 거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경험 밖에 있는 것도 잘 합니다. 직관은 아직 AI는 갖지 못하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두뇌 역량입니다.


직관을 직감으로 오해도 많이 합니다. 직감은 느낌이고 직관은 판단입니다. 둘은 다릅니다. 직감은 위험한 상황이 있음을 감지하는 경우입니다. 익숙함과 다른 낯섬을 순간적으로 감지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쎄한 느낌’이 있는 것. 직관은 위험이 무엇인지를 간파하는 경우입니다. 분석과 진단이 순식간에 진행됩니다. 직관의 최고봉은 예측까지 순식간에 벌어지고, 절대 고수의 반열은 처방까지 단번에 간파합니다.


범수들에게도 직감과 직관이 발생합니다. 오류가 많습니다. 직감과 직관에 의지하지 않고 디테일하고 철저하게 해도 오류에 빠집니다. 직감과 직관에 의지하지 않고 합리적 판단에 근거하여 내린 결정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 것이 더 옳고 그르다가 아닙니다. 가용한 시간과 자원이 많으면 합리적 판단에, 그게 없으면 직감과 직관에 의지해야 합니다. 선택의 순간은 어떻게든 다가오고 인간은 결정해야 합니다.


사고는 이성이 지배하고 결정은 감성이 지배한다는 말이 달리 나온 말이 아닙니다.

2020년 4월 25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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