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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눈에 드는 구성원

by 송창록

기억은 조작됩니다. 뇌는 Object Storage처럼 Raw Data를 있는 상태 그대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뇌는 인지적 구두쇠라서 딱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저장하고 버립니다. 정보 저장인 기억은 자기 뇌의 편향대로 편집되고 간섭됩니다. 사람마다 다른 가상현실이 존재합니다. 세상에 믿을 게 없다는 얘기이고 절대로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전부 다르기 때문에, 옳다고 할 것도 그르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한 자리에서 얘기를 나눕니다. 끝나고 나면 저마다 다 다른 얘기를 합니다. 모여서 얘기를 했는데 다 다르게 이해하니,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정리하려고 다시 모여서 또 얘기를 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저마다의 뇌가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토론이든 대화든, 끝나고 나면 기록합니다.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회람을 한 후 각자가 이해한 바를 조정합니다. 사람마다 언어중추와 기억중추의 연결 강도가 달라서 말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기록은 가급적이면 고맥락 언어는 배제하고 저맥락 언어를 사용합니다. 신문 기사처럼 5W1H 방식이 제일 좋습니다.


없는 정보를 맥락을 지어 만들어 내는 기억 조작은 경험이 많은 리더가 많이 합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기억된 정보와 결합하여 존재하지도 않던 맥락을 만들어서 들었다고 우깁니다. 녹화나 녹음을 해서 틀어주지 않고서는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구성원이나 자녀들이 리더나 부모가 얘기한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뇌가 이미 다른 무언가로 꽉 차서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정보가 들어가봐야 튕겨져 나갑니다. Detail과 몰입에 열중인 사람에게는 외부 자극이 의미가 없습니다.


없는 맥락도 만들어내는 사람과 뭘 얘기해도 기억되지 않는 사람이 모여 대화와 토론을 합니다. 잘 될 리가 없습니다. Reset Key가 필요합니다. Brainstorming이든 Design Thinking이든 CAN Meeting이든 장소와 시간과 사람을 바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익숙한 장소, 익숙한 시간 그리고 익숙한 사람을 버리고 낯섦으로 일탈합니다. 한나절 정도는 그 전에 지속되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대화와 토론은 그렇게 Reset Key를 누른 다음 해야 좋습니다. 대화와 토론 후에는 기억할 용량만큼만 저맥락 언어로 기록을 남깁니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서로 두뇌활동이 다릅니다. 구성원은 사실 전달에 집중하는 동안, 리더는 전달된 사실을 얹어서 자기 뇌에다가 가상현실을 짓습니다. 리더에게는 Message가 중요하지 Messenger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발표 많이 한 사람이 리더의 눈에 든다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옳지 않은 말입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발표 밖에 없기에, 전달자=정보입니다. 현재처럼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있으면 다릅니다. Publication하고 Subscription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자기가 생성하고 가공한 정보를 미디어로 마케팅(고객가치)을 잘 하는 구성원이 리더의 눈에 듭니다.

2020년 3월 30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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