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간의 불완전성

by 송창록

5 Why 기법이 있습니다. 이유의 이유를 찾고 원인의 원인을 찾는 사고법입니다. 다만 잘 사용해야 합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타당하나,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에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결과에 따른 원인 탐색의 방법이기 때문에, 전제가 만족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원인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면 물리세계 인과관계일 뿐인데, 원인에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면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물리세계 인과관계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미처 그것을 몰랐다는 것인데, 불만족한 결과의 원인을 사람의 무지로 몰아가면 피해의식이 발생합니다. 변화를 도모하기 보다는 현재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굳어집니다.


5 Why를 통해 원인을 사람의 무지와 실수로 몰아가면, 그 순간부터는 5 Why를 버려야 합니다. 사람은 실수하거나 무지하기 마련인데, 이것을 원인으로 돌리면 대책이 황당해집니다. Double Check하겠다, 결재 라인을 만들겠다, Expert의 검증 절차를 넣겠다. Process가 복잡해지고 늘어지는 질 나쁜 변화를 낳습니다.


물리세계의 불만족을 사람으로 원인을 찾지 않고, 사람의 실수와 무지를 왜 물리세계가 막아주지 못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 설계를 안전설계 또는 Interlock이라고 합니다. Fail Safe, Tamper Proof, Fool Proof이 안전 설계 3대 Interlock입니다. Design Thinking 단계에서 반영되지 못하고 나중에 운영까지 가서 대응하면 막대한 비용이 됩니다.


잘못은 반성하고 참회하는 것으로 끝입니다.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반복될 것 같으면, 안전설계를 해야 합니다. 잘못에 갇히면 현재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굳습니다. 성장이 본성인 사람이 성장을 멈춥니다. 성장하는 사람은 잘못을 하기 마련입니다. 잘못을 왜 했느냐를 따지는 거보다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그 잘못을 하게 되었는가를 서로 인식하는 겁니다. 홈런을 치려다 보니 삼진을 그렇게 많이 당하는 4번 타자처럼. 홈런왕은 기억해도 삼진왕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안전설계 Media/Tool도 결국에는 사람의 경험이 쌓여야 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불완정성이 사회 변화의 원동력입니다.

2020년 5월 11일 독서통신

작가의 이전글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