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보통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분리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내 탓’과 ‘남 탓’입니다. 열에 아홉은 내 탓보다 남 탓 합니다. 그게 인지상정입니다. 자기의 잘못에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인색하고, 자기의 성공은 과대평가하고 남의 성공은 폄훼하고. 유전자에 깊숙하게 각인된 인간 심리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남 탓을 더 많이 한 사람이 갖게 되는 고정관념입니다. 가해의식을 가진 사람은 잘못을 인지하기 때문에 참회하고 사과하고 개선합니다.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은 잘못을 모르기 때문에 일절 변화가 없습니다.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발견되는 오직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자기에게 더 낫다고 기대하는 환경으로 옮기는 것 뿐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배움의 관점으로는 휠씬 더 낫습니다.
인간은 감정이 있기 때문에 외부 영향, 그것도 타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 차가 서있는데 가로수 가지가 부러져 차를 파손한 경우와 주차하던 사람이 잘못하여 차를 파손한 경우에, 감정이 다르게 반응합니다. 사람이 직접 개입하지 않거나 불특정 다수가 저지른 상황에서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 사람이 개입하거나 그것도 사회적 약자가 개입하기만 하면 없던 화도 올라옵니다. 자기를 상대할 사람이, 그것도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트리거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객관화하여 감정을 배제하고 바라보는 것은 성인군자도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남 탓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남 탓 해야 합니다. 집에 가서는 직장 상사 욕을 남편이나 아내랑 술 안주처럼 씹어가며 해야 하고, 나라님 욕도 퇴근 후 회식 자리에서 혁명을 일으키는 수준으로 해야 하고, 시월드 욕도 아내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는 도마위의 생선 토막내듯 해야 합니다. 체제, 제도, 문화, 관습, 사람 관계 등 남 탓을 할만 하면 뒷담화라도 해야 합니다.
다만, 남 탓만 하면 안됩니다. 남 탓 하는 만큼의 절반 정도는 적어도 내 탓을 해야 합니다. 개인이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은 자기 자신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함께 오래 산 남편과 아내 조차도 바꾸지 못합니다. 오로지 바꿀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입니다. 남 탓만큼 내 탓을 알아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탓을 알아야 주어진 운명에서 주체적 운명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바뀌는 사람은 자기성찰을 할 줄 아는 사람 뿐입니다. 바깥으로 쏘는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도 쏠 줄 아는 사람.
2020년 7월 6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