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도 나와 무관하지 않다

by 송창록

헤밍웨이의 소설 'For whom the bell tolls?'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소설 제목은 John Danne의 시와 같은 제목입니다. 소설에는 시가 실제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존 던(John Danne)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어떤 조직이든 Discipline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규칙과 규율은 모든 조직의 근간입니다. 특히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서 함께 사는 공동체에서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규칙과 규율은 그 시대 사회적 삶의 조건과 한계를 반영합니다. 삶의 조건과 한계는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성 즉 미디어에 지배받습니다.

불교에서는 비구들이 받아야 하는 사미계 그리고 비구니들이 받는 사미니계가 있습니다. 수도원에 들어가는 사제와 수녀들도 철저한 규율을 받습니다.


이 사제들의 규율에 관한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묘사는 움베르코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도 나옵니다. 교황청을 업은 베네딕토 수도회와 프란체스코 수도회 사이 규율에 관한 갈등이 섬세하게 다뤄집니다. 사제의 신성은 규율에 의지하여 통제된 욕망과 감정입니다. 이것도 전 세계 모든 종교 사제의 공통 사항입니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금지된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2권 '희극론'입니다. 희극이 욕망과 감정의 통제를 통해 이르는 진리 추구의 길을 붕괴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깊고 총명하고 성실한 지혜로운 도반을 만났거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마음을 놓고 기꺼이 함께 가라."

- 법구경 -


가장 좋은 도반은 좋은 스승이며 또한 좋은 사형제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도 제자 수가 적었을 때는 계율을 만들지 않았으나, 제자 수가 많아지자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계율을 만들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좋은 도반만 있었기에, 굳이 계율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제자 수가 증가하여, 온갖 근기의 제자가 생기자 계율이 필요해집니다. 2,600여년전에 만든 이 계율이 전승되어, Digital 기술로 날마다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는 이 시대에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이렇게 끝납니다.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예전의 장미는 그 이름일 뿐, 우리에겐 그 이름들만 남아있을 뿐."


기의(시니피에)는 어디 가고 기표(시니피앙)만 남았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조직은 좌우 양날개가 있습니다. Creativity와 Discipline. 개인의 창의성을 조직의 규율로서 지원해야 공동체입니다. 리더는 Discipline을 살핍니다. 창의성을 제약하는 규율은 제거하고 창의성을 높이는 규율을 제정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안전, 윤리, 보안, 품질에 관한 Discipline을 강화합니다.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의 Discipline은 Guideline이 아니라 Gaurdrail입니다. '이것을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가 아니라, '이것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입니다. 그런 철학의 미디어를 만들고 Playground를 제공하여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장미가 더이상 이름으로 남지 않고, 향기가 있는 살아 있는 꽃으로 살아납니다.

'Why'와 'For what'을 잃어버리고, 그것을 신념이나 믿음으로 대체하면, 이름만 남은 허상을 쫒다가 결국 산 사람을 잡습니다.


미디어로 연결되는 공동체의 삶에서 어느 것도 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2021년 1월 25일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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