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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an 30. 2021

잠들기 전 책 읽는 즐거움

요즘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 4. 잠들기 전의 독서

퀸틸리아누스는 《웅변교육론Institutio Oratorico》 이라는 총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교과서를 썼는데, 수사학의 모든 것을 망라한 책이었습니다. 거기에 우리의 관심을 끄는 문장이 두 줄 나옵니다. 퀸틸리아누스는 단어를 고른 다음에는 그것을 직물로 짜내어(in textu iungantur) 섬세하고 매끄러운 짜임새(textum tenue atque rasum)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 <걸어다니는 어원사전>, 마크 포사이스 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책을 읽으면 잠이 들기는 커녕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뒷내용이 궁금하고, 또 너무 재밌어서 멈추기 어려우니까 독서는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반면에,(혹은 동시에) 자기 전에는 기력이 없으니까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영상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게 더 앎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 




 나는 전자이면서 동시에 후자에 속하는 사람인데, 숙면에 굉장한 집착을 하는 사람으로서(물론 이 집착을 버리는 것에 숙면에 훨씬 이롭다는 것을 안다) 9시부터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아예 어플을 이용하여 잠궈버렸다. 그 이후에는 피곤해서 눈은 자꾸 감기고, 그렇다고 진짜 잠들기에는 뭔가 아쉬우면서도 심심한 그런 상황에는 역시 책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다행스럽게도, 숙면에 딱 알맞은 책을 찾았으니, 바로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마크 포사이스 저)이다. 얇은 책은 아니므로 매일 밤 조금씩 아껴 읽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고, 재밌으면서도 잠이 솔솔 오는 이점까지 두루 갖춘 책이었다. 방에 바로 옆의 오렌지빛 스탠드만 켜놓고 따뜻한 침대에서 크레마 그랑데라는 이북리더기를 이용하여 이 책을 읽을 때의 만족감과 평안함이란! 




잠들기 전 읽기에 좋은 책은 내가 생각하기에 다음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1. 스릴러, 추리 소설은 금물

2. 엄마아빠가 해주던 옛날 이야기처럼, 적당히 흥미진진하면서도 평온한 내용

3. 한 꼭지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뒷 이야기가 엄청 궁금해지지는 않아야 함

*주의 : 두꺼운 책을 누워서 읽으면 팔이 아플 수 있고, 조명을 낮게 하면서도 눈 안 아프게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이북리더기 사용을 추천한다.




 다행히  <걸어다니는 어원사전>는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책이었다. 재미있으면서도 잠이 솔솔 오는. 

 짧은 꼭지로 이루어진 책들은 산발적인 이야기의 모음집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이 책은 꼭지 간의 분명한 연결지점이 있다. 꼭 유치원 다닐 때 받았던 줄줄이 사탕목걸이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사전을 끼고 사는 사람으로서, 또 어원을 사랑하는 저자인 만큼 유려한 문체와 입담을 기대해도 좋다. 읽는 내내 건전한 버젼의 빌 브라이슨 같다고 생각했다.





 <걸어다니는 어원사전>을 금세 읽어치우고 고민하던 나는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마틴 코언 저)을 자기 전 읽을 책으로 골랐는데, 이 책이 숙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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