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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an 30. 2021

글쓰기를 배우는 즐거움

요즘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 5. 글쓰는 모임

  작년 12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에세이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에게는 너무 다행스럽게도 원격수업으로 진행되어 따뜻하고 편안한 내 방에서 이불을 덮고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애초에 머나먼 신촌까지 가야 했다면 이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을 수도. 그러니 어떻게 생각해 보면 집안에 갇히게 된 지금의 상황이 내게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비대면 에세이 수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회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밀한 인생 이야기를 나누게 될만큼 원격으로 만나서 헤어지는 사이에 마음을 털어놓고 서로의 이야기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는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기우에 불과했다. 네모난 화면 속 작게 보이는 얼굴들이 동시에 소리없이 웃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이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첫 수업으로는 왜 이 수업을 듣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시작했는데, 누구에게나 기록하여 정리하고 남기고 싶은 인생의 장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오랫동안 소설을 쓰고 싶었기에 그 이전에 내 유년시절의 추억들을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 이후 수업들에서는 잘 쓴 에세이를 읽고, 또 주어진 시간 내에 글을 쓰고 서로 감상을 나누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배웠던 에세이를 잘 쓰는 법 크게 다음과 같다. 

1. 에세이를 많이 쓰고, 잘/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일수록 "찰나"에 대해서 기록한다. 

  -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글에 넣으려고 애쓰지 말자.

2. 감정이나 느낌은 (특히 보편적인 주제를 다룰수록)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 예를 들면, 그때 느낀 그 "불편함"이 정확히 어떤 불편함이었는지, 사람마다 또 상황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다름.

3. 글은 솔직하게 쓰는 것이 가장 쉽게 풀린다.

  - 누군가는 이해하는 사람이 있음.




 그 외에도 나는 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이를테면 나는 생각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는 불친절한 글쓴이라는 것.

 생각보다 나는 그렇게 특별하거나 독특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좋아할 만한 글을 쓸만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닐지 모른다는 절망감을 조금 맛보기는 했으나, 내가 쓴 글을 소리내어 읽으면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주의깊게 내 글을 읽어줄 독자들을 확보했다는 기쁨도 있었다.




 

 다른 이들의 인생 이야기, 그들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표현들을 듣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첫 수업에서 들은 "우리는 각자의 벼랑 끝에 서있고…"라는 표현을 잊지 못하여 다이어리에까지 적어두었다. 수업을 듣는 내내 내가 전혀 겪어본 적 없고 겪어볼 일 없는 일들을 꼭 내 것인양 이입하며 인생을 여러 차례 산 것 같다. 느슨하지만 든든한 연결이란 이런 것일까. 서로를 깊게 알 수 있는 경험과, 또 알려고 하는 시도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보다. 





  인간이 가진 기록하고 싶은 욕망이란 무엇일지, 독자에게 가닿아서 공감을 받는 글, 친절한 글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내가 늘 하고 싶었지만 미루고 있던 글을 마침내 쓰기 시작하게 되어 큰 소득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글을 나 혼자 쓰고 마는 것과, 독자가 읽을 것을 기대하고 합평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다. 이 에세이 수업이 올해 시작할 새로운 시도들, 경험들의 첫 출발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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