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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May 24. 2021

나를 구성하는 꿈의 재료

어젯밤 꾼 이상한 꿈


 어젯밤에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 원래 아침에 일어나면 늘 전날밤 꾼 꿈을 기록하는데, 이번 꿈은 원체 이상하고 별 의미도 없는 것 같아서 기록을 할까 망설였다. 실은 복잡하고 긴 꿈이었는데 그중 생각나는 장면은, 누군가 샤베트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을 줘서 먹던 것. 전달해주려는 사람의 손가락이 아이스크림에 닿는 바람에 난처해하길래 순식간에 화가 엄청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는 그냥 그 부분만 덜어내고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군데군데 먹을 수 없는 기다란 고무 조각같은 것들이 있어서, 적당히 피해가며 먹는데 끔찍하게 맛이 없었다.




 나는 꿈이 내게 말해주려는 것이 있다고 믿고 귀 기울인다. 전통적인 해몽이 아니더라도 어떤 느낌을 통해서도 메세지를 파악하려고 하려고. 그래도 꿈이 기억나는 날이면 검색창에 무슨무슨 꿈 해몽을 찾아보는데, 원체 이상한 꿈을 꾸는 탓인지 딱 맞아떨어지는 해몽은 못 찾을 뿐더러 의미 부여하기도 어렵다. 오늘도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는 꿈이나 아이스크림이 녹는 꿈 해몽만 찾을 수 있었지, 맛도 없는데다가 이물질이 속속 박혀있는 아이스크림을 굳이 먹는 꿈 해몽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러 날 전에는 아랫니가 몽땅 휘어져서 몹시 근심에 찬 채로 거울만 들여다보는 꿈을 꿨다. 몇몇 이는 중간이 부러진 채로 이상한 공업용 접합제같은 것으로 붙어있었는데, 필시 기분 좋은 꿈은 아니었다. 내 무의식이 무엇을 생각하길래 이런 뜬금없는 꿈들을 종종 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난 개꿈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그리고 몹시 싫어한다. 모든 꿈은 의미가 있다!) 가끔은 내가 어쩌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고도 생각하고, 내가 꾸는 꿈들이 내가 의식하는 나보다 더욱 깊은 내 어떤 부분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는 꾸기만 해도 온 몸과 마음이 지치는 악몽들만 계속 꾸기도 했다. 그저 살아있기 위해서 내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하는 그런 꿈들을. 그러니까 내 마음상태가 어떤 꿈들을 꾸도록 만드는 건 분명하다. 물론 나는 여기서 넘어가 꿈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믿고, 보고자 하지만.




 어렸을 때는 자기 전에 꿈을 통해서 미래를 보고 싶다고 기도했었다.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도 좋으니까 꿈을 통해 나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미리 엿보고 싶어서. 일견 그 꿈이 실현된 것도 같다. 꿈에 대한 애착이 계속 나를 이상한 꿈들을 연이에 꾸게 만드나 싶기도. 그래도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꿈은 보고 싶은 사람을 보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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