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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17. 2020

현실이 흔들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영화 <사마에게 > 감상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통해서 왓챠플레이 이용권을 공구했다. 몇몇 영화가 정말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 <사마에게>이다. 어제까지는 목이 하나도 안 아팠는데, 오늘따라 목이 아파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병행하면서 오전에 다 봐버렸다. 영화를 보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어서 공부하듯 봐야지, 결심했었는데 생각보다 영화의 구성과 내용이 사랑스럽고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봤더라면 영화를 보는 과정이 더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사마에게>는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보면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 추천글을 보면서도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왓챠플레이에 업로드되었을 때도 정말 보고싶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보고 왜 아기를 낳는지, 왜 아기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는 감상글을 본 이후에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가 아이를 낳을지, 그리고 낳고는 싶은건지, 출산과 육아가 예민해도 너무 예민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질까, 아니면 이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를, 내 일촌을 만나게 되어 행복할까) 전혀 갈피를 못잡겠는데, 이 영화가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가 네이트판이나 커뮤니티에 올라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포위 중 둘째까지 가졌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고 아이를 염려하며(혹은 염려하는 체하며) 그들을 비난했을까 생각해보느라 집중이 자꾸 흐트러졌다. 그러면 답글로 와트가 실은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했고 등등에 대하여 세세한 변명을 해야 이들에 대한 비난이 멈춰질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끊이지 않았다. 어려운 시대다. 나의 삶을 살기도, 또 나 자신을 항변하기도. 작가 공지영이 말했던 적 있던 것처럼, 나는 자꾸 나 자신을 변호석에 세워서 나를 변명한다. 사실은 이렇고 저래서였어요. 그러니 나에 대한 비난을 멈춰줘요. 실은 내 삶에 그다지도 관심있는 사람은 몇 없을텐데. 알면서도 이따금씩 와닿는 그들의 날선 시선이 나한테는 너무 큰 상처라서, 마음을 더 다치기 싫은 나는 자꾸 움츠리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건 주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 아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데. 우리 동생이에요, 하면서 우는 아이, 그리고 친구들이 자꾸 이사가서 슬퍼하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아빠가 아주 어린 아이를 상대로 해준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비행기가 날아와서 건물이 무너졌어. 아이가 그 건물 속에 있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했지? 식의 전개라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웠다. 한참 말썽부리고 부모님 속을 썩일 나이의 작은 아이가 포위와 온갖 위험에도 이 도시를 떠나기 싫다고 우는 장면을 보면서는 나의 땅, 도시, 고향이란 어떤 의미인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나도 내 고향을 사랑하지만, 늘 그리워하지만 머리가 자란 이후부터는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기에 고향의 존재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계속 살아갈 힘을 주겠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와트마저 지쳐서, 차라리 너를 낳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후회하는 것이 슬펐다. 우리는 인간이라, 인생보다 강하지 못해서 종종 이렇게 지치고 주저앉게 된다. 그걸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폭격이 들려도 울지 않는 아기, 사마가 행복했으면, 이 사건이 그에게 아무런 외상을 안겨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초조하기까지 했다. 사마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가 단순히 의미를 넘어서 이렇게 잘 만들어졌을지 몰랐다. 편집도 촬영도, 내용도 너무 훌륭했다. 나는 어쨌든 나면서부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랐기에 이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포위된 도시에서 끝까지 남는 것이 그들의 저항하는 방식임을 새롭게 배웠다. 사마가 몇 살이 되어야 적절하게 이 영화를 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 아마 그의 엄마가 사마를 낳은 나이쯤, 혹은 사마가 첫 아이를 낳은 이후여야지 않을까 싶다.


 하잠과 와트의 사랑이 너무 예뻐보였는데, 특히 그의 프로포즈가 인상깊었다. "네가 울면 참을 수 없어. 모르겠니? 난 널 사랑해. 나와 결혼해줄래?" 나이가 먹을수록 결혼이란 얼마나 대단하고 경이로우면서도 무서운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타인을 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그런 존재를 만든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큰 선택이고 결정이고 결실일 것이다.


 이 다음에는 <가버나움>을 보려고 한다. 요즘은 영화가 금방금방 OTT 서비스에 올라오고, 또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열심인 나는 캄캄한 극장에 옴싹달싹도 못하고 갇혀서, 관크를 두려워하며 영화를 보는 것보다 집에서 내 편한 시간에 가볍게 운동하며 영화를 보는 편이 좋다. 실은 <사마에게>를 보자마자 <가버나움>을 틀어서 앞부분을 조금 봤는데, 아무래도 연속으로 시청하는 건 어려워서 잠시 멈춰두었다. 오늘이나 내일 중 마저 다 보고 감상을 써야지.


#영화추천 #사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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