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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17. 2020

숨은 보석같은 영화 추천

<콜럼버스>, 코고나다


  나는 트레일러를 제일 싫어한다. 아는 내용을 뭐하러 봐? 싶은 생각에. 그래서 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겸한 내용인 줄로만 알았다. 나 참. 그래서 사실 어설픈 한국어로 “교수님!”하는 외국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그 이후 다소 산만한 3여분의 오프닝이 지속될 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잘못 튼 줄 알고, 어떤 식으로 보상을 할 것인지 잠시 생각하고 있었다.


  “존 조”가 나온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는데,(그의 얼굴도 모른 채로.) 확실히 섹시한 매력이, 외국인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동양인 남자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연코 사랑스러운 영화. 영화를 보고 있으면서도 또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1.영상미

  건축이 주요 소재인만큼 아름다운 건물들이 계속해서 보여진다. 덕분에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여행 간 기분을 잠시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진 말마따나, 매우 가이드스러운 우리의 )이 영화는 굳이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 같다.

  아주 작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도 탁 트인 곳에 있는 듯한 기분. 감독의 뛰어난 감각에 감안하면서,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2.주인공들의 매력

  2-1. 여주인공이 미소짓는 때마다 그 기분좋아지는 웃음에 나도 함께 웃었다. (이 잔잔한 영화를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보는 내 모습이 얼마나 웃겼을지.) 연기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 차에 기대어서 눈물을 또르르 흘리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그 짧은 장면에서 오랫동안 고통스러웠을 그녀의 과거와, 지금까지도 가슴 깊은 곳에 남은 그 트라우마의 잔상에 대하여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좋았던 장면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춤추는 장면이다. 나는 사실 케이시가 필로폰을 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반전이 있다면 그 장소가 그녀가 다닌 학교였다는 것인데, 이어지는 장면으로부터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처럼 느껴져서 더 마음이 쓰였다.


  2-2. 존 조의 어눌한 한국어가 왜 이렇게 섹시한지. 나는 언어에 엄청 민감해서, 어설프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오래 듣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사람인데.


  3.배경음악

  케이시가 춤출 때 나왔던 음악도 좋고.

  어쩐지 모르게 <꿈의 제인>이 생각나면서도 좀 더 깔끔하고 단백한, 잘 어우러지는 음악이다. 스크린에 비춰지는 장면들의 느낌과 유사하게, 세련됐으면서도 마음 따뜻하게 안정시키는 그런 음악.


  4.주인공, 케이시

  직장동료나 엄마에게 다정하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 그리고 어쩌면 조금 무례한 고등학교 시절 선배의 언행에도 그저 웃는 모습이나, 미래에 대한 뚜렷한 생각 또는 고민 없이 그저 늘 잔잔한 행복과 함께하는 듯한 모습. 이런 단편적인 장면들로부터 그녀라는 한 사람에 대하여 내 머릿속에서 재구성해보았었다.

  그러나 고통스러웠을 과거와 그로부터 미처 벗어나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날 때, 더욱 가슴 아프게 공감하게 된다.


5.감상문

  주인공들 모두 부모님때문에 고통스러웠으며, 그 고통은 지금도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부모님 때문에 콜럼버스에 발이 “묶여 있다.”

  그러나 케이시의 경우는 어머니의 고통에 힘들었고, 서로의 사이에는 문제가 없는 반면, 진은 아버지의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외면당했고, 감정의 길이 깊어져 끝끝내 서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두 가지의 고통을 너무 잘 아는 나로서, 두 사람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었고,(아버지가 회복하지 못하고 콜럼버스에서 죽기를 바라는 진 마저도.) 그래서 잔잔하게 흐르는 이 영화가 더 내 마음을 묵직하게 눌렀던 것 같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영화.



#영화추천 #감상문 #콜럼버스 #코고나다 #존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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