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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1. 2021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을 보는데 겨울이 그리워졌어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봄보다는 겨울 배경으로 촬영한 장면이 많아서 어쩐지 겨울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드라마 <동백꽃이 필 무렵>을 본 이후에 볼 만한 한국 멜로 드라마를 찾아서 기쁜 마음이다. 꼭 멜로에 스릴러가 섞여있어서 좋은 건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 연출과 대본, 주인공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함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




<너는 나의 봄>은 호텔에서 일하는 강다정(배우 서현진 역)이 쌍둥이 친구 건물에 입주하면서 바로 밑의 층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주영도(배우 김동욱 역)과 얽히면서 전개된다. 그들이 얽히게 되는 주 사건은 바로 끊임없이 강다정에게 대시하던, 그러나 소시오패스처럼 보이는 최정민(배우 윤박 역) 때문인데, 그가 드라마 2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은 줄 알았던 최정민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닥터 체이스가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더 큰 미궁에 빠진다.




나는 배우 서현진이 나오는 드라마는 일단 다 보기 시작한다. 받는 것 없이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할까. 배우 자체도, 연기도 좋은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톡톡 쏘아붙이는 연기, 화가 나서 주체를 못하고 터뜨릴 때의 연기, 못 참겠다는 듯 웃으면서 애정을 부어주는 연기 등, 다 좋지만 나는 특히 그가 현실에 뺨 맞은 연기를 할 때가 좋다. 내가 너무 별 볼 일 없고 초라한 사람같이 느껴질 때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연기가 내게 와닿는 것 같다. 하얀 도화지같은 얼굴에 표정과 감정이 풍부하게 일어났다가 사라질 때, 꼭 내 심경을 대신 드러내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져셔.




드라마 속 인물들이나 연예인을 보고 저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드라마는 여심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제작하고 연출하는 게 틀림없다. 나도 귤 챙겨주는 사람과, 별 일 없이 불쑥 사랑한다고 눈을 보고 말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이런 저런 생각에 설레면서 보고 있었는데, 어제 바로 정점을 찍었다. 심장이식을 받은 본인의 건강상태 때문인지, 이혼력 때문인지 뻔히 좋아하면서도 이렇다 할 표현도 하지 않던 주영도가 첫 눈을 보고는 강다정이 눈을 맞고 있는 옥상으로 마구 달려가서 서로 만나는 장면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라면 먹으면서 스치듯 한 말, 눈은 마음껏 정신나간 짓도 하라고 오는 게 아니겠냐는 말이 오버랩된다.





현실이라면 정말, 정신이 나간 것이 틀림이 없고, 부끄러울 일인데, 사랑이라면 본래 제정신을 유지하거나 체면 차릴 방법도 없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도 해본다. 어떤 종교단체를 사칭한 집단과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수수께끼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주영도와 강다정은 서로의 다치고 접어두었던 날개를 어떻게 다시 펼칠 것이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줄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내일이 기대될 이유가 하나 더 있다는 건 즐겁고 감사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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