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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4. 2021

연애가 꽃처럼 피고 지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를 보고

일본영화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를 보고

최근 개봉한 일본영화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의 평이 꽤 좋았다. 현실적인 연애가 피고 지는 것을 잘 포착했다고도 했고, 한국영화 <연애의 온도>같다고도 했다. 불가마같은 여름에 봄기운을 타는 내게 이 영화가 꼭 필요했다. 바로 지금 이 시점에 이 영화가 내게 꼭 필요하다는 강한 느낌을 나는 운명이라고 믿고 순응하는 편이다.




주인공 키누와 무기는 막차가 끊기는 바람에 함께 첫 차를 기다리게 되고, 운동화에 이어 라디오,책과 음악같은 취향이 꽤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밤, 둘은 비를 맞으며 무기네 집에서 시간을 보낸 후 점차 가까워지고, 키누가 취업준비 때문에 어려움을 느낄 때 결단을 내려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무기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져서 취업준비를 하게 되고, 둘은 점점 관계의 균열을 느끼다가, 헤어진다.




더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스물한살 때 만난 두 남녀가 4년 뒤 연애감정이 식어 헤어지는 이야기. 나는 키누가 관계를 유지하는데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더 큰 싸움으로 버질 수 있을 때 부드럽게 우회하거나 상대에게 툭, 가볍게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그만큼 키누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세상에 지지도 양보하지도 않고 자기의 취향과 세계를 확고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며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결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무기보다 키누에 훨씨 가까운 인간형이다. 어떤 순간에서도 낭만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 인생은 본래 고된 것이니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가깝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생을 축제처럼, 소풍 온 것처럼 살면서 죄책감도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무기도 나름대로 억울할 것이다. 키누와의 현재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꿈까지 잠시 접어두고 취업을 했고,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온 힘을 다 끌어모아서 더는 예전과 같이 사랑할 여력이 없어진 거라고.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둘은 서로 너무나 다른 길을 갔고, 그래서 더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영화에서 시작은 곧 끝의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연인들은 함께 마주앉아 좋아하는 것들을 마구 가지고 와서 끝이 정해져있는 이 애달픈 순간을 있는 힘껏 즐겨야 한다고. 그러나 나는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이 영화는 사랑이 아닌 연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아는 사랑은 역시 변하지만, 끝없이 깊어지고 넓어질 뿐이어서.




연애를 막 시작하거나 정리하려는 연인들이 함께 보며 특히 좋을 것 같다. 그외에도 연애의 시작과 끝에 대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이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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