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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19. 2021

<블랙 위도우>, 내면의 힘을 북돋아주는 영화를 보고

Pain only makes you stronger







주말에는 <블랙 위도우>를 보고 왔다. 마블 영화를 챙겨보지도 않고, 세계관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영화인지 의구심이 일었으나 마침내 결심을 한 것은,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데려다줄 수 있는 영화가 간절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을 하기 어려우니 간접 경험을 택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한 이유는, 추천이 많거나 평점이 좋기 때문이라기 보다 배우 플로렌스 퓨의 연기가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플로렌스 퓨의 등장부터, 특히나 단독으로 정면이나 옆모습이 잡힐 때마다 내가 이 배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이런 유형의 사람들―내면의 선하고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연기는 말할 필요가 없겠고, 나는 그의 힘 있는 눈동자를 사랑한다. 그는 어떤 배역을 맡든 작품에 횃불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를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도, 그가 얼마나 결연하여 뜻한 바를 반드시 관철해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안전하게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도, 막내 동생같이 무작정 애정을 퍼부어주고 아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랙 위도우>는 마블 세계관을 조금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오프닝부터 시작해 이 자체로서 완결되는 영화이며,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보기에도 훌륭한 액션들로 눈이 황홀했다.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가 그의 여동생 엘레나로부터 정체모를 빨간 해독약을 전달받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짜 부모로부터 레드룸으로 끌려간 그들은 나타샤가 탈출하며 헤어졌고, 사이가 좋지 못하나, 현재까지도 수많은 여자아이들을 납치, 화학적 세뇌를 통해 살인 무기로 쓰는 드레이코프를 죽이고 레드룸을 없애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다. 첫 단계는, 레드룸을 가장 알 법한 그들의 가짜 아빠를 감옥에서 탈출시키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며 내가 온전히 집중해서 내 모든 자원을 투자할 만한 하나의 목표를 가진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나탸사와 그의 가족들이 힘을 합하여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선하고 강한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모습이 멋져보이기도 했고,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쉽게 슬럼프에 빠지고 지치는 것이 이런 목표가 부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타샤의 작전상 엄마 역할을 했던 멜리나가 묻는다.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너 자신을 지킬 수 있었냐고. 이에 나타샤는, 당신이 고통은 나를 강하게 해줄 뿐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말을 붙잡고 지금까지 살아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 가족이 아닌데도 가족같은 애증으로 얽히고 섥힌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고통은 나를 강하게 해줄 뿐이라는 말을 간절히 믿고 싶었다. 그 강하다는 표현이, 양적으로 비대하게 팽창하는 것뿐 아니라 깊어지고 섬세해지고, 연민을 갖고 타인을 대하게 된다는 태도의 변화도 포함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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