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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30. 2021

철학이 내게 위로가 될 줄이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저

“그럼 너는 ‘좋은 기분’을 느끼려고 태어난 것인가? 여러 가지 일들을 실행하고 경험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저




베스트셀러인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즐겁게 읽고 있다. 내가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읽는 중에 꼭 하는 행동이 있는데, 바로 저자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천재들의 발상지를 찾는 그런 책이 있던데, 영 끌리지는 않아서 일단은 보류하기로. 그러나, 빌 브라이슨을 빼닮은 입담과 깔끔하고 유려한 문체는 이번 책이 내가 읽는 그의 마지막 책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철학을 접근하기 좋게 잘라 독자의 입 앞에 대령해주는 책이다. 저자가 기차 여행을 하며 철학자들의 자취를 좇는, 그러면서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하듯 솔솔 풀어내는 잡학지식들이, 그리고 풀어내는 그 방식이 재미있다. 그는 요즘 현대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간파하여, 어디까지가 적정 선인지―너무 깊게 들어갔다가는 독자들을 내쫓기 십상이라는 걸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 철학의 유용함과 흥미를 일깨워주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틈틈히 시간 날 때 읽으려고 산 이 책은, 뜻하지 않게 내게 위로가 되고 있다. 근원적인 질문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그리고 머리만이 아니라 '몸'으로 사유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이를테면, 나는 나더러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혹은 큰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꾸만 작아졌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내 주위에는 나보다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많은데, 또 속물적이고 허영심 많은 나는 자꾸만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유를 찾곤 하는데. 그러나 이 책은 내게 물어본다. 네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그러면 나는 현실에서 깨어난 기분이 되어 생각한다. 그러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나의 적성과 흥미와 관계 없이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장을 다니며 존경할 만한 일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끝없이 떠나는 것,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 사랑하기 어려운 자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친절을 베푸는 것, 내 안의 축복이 넘쳐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닿게 하는 것, 매일의 일상을 붙잡아 촘촘히 채워나가는 것, 내가 태어난 그 이유를 스스로 찾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런 삶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였다.





이 책은 말한다. 철학은 느리고 구불구불한 길이며, 우리를 골치아프게 만든다고. 그러나 동시에 철학은 삶을 붙잡게도 만들고, 가장 근본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만의 철학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며, 꽤 즐겁게 읽었던 책의 제목처럼 '자기 인생의 철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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