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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9. 2021

달콤한 위로가 필요할 때, <달러구트 꿈 백화점2>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저




몸과 마음의 기력이 뚝 떨어져 어쩌지 사는게 3일 지난 식빵처럼 퍽퍽하게 느껴지는 요즘, 달콤한 동화같은 소설이 내게 꼭 필요했다. 그러면서 너무 가볍지는 않고, 적당한 감동과 위로가 곁들여있으면서, 사람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 은은히 깔린 그런 소설. 이미예 작가님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딱 그런 소설이었다. 2권이 나오는 것도 몰라서 기다리지도 않고 있었는데, 꼭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가독성이 좋아 후루룩 <달러구트 꿈 백화점2>를 읽으며, 이미예 작가님의 꿈 백화점 세계관이 내가 생각했더 것보다 넓고 촘촘하고, 또 사랑스럽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추억이 보송보송 세탁물을 말리기 때문에 생긴 동굴 속 녹틸루카 세탁소, 페니의 부모님이 처음 만난 파자마 파티, 그리고 루시드 드리머로서 눈꺼풀 저울이 개발되기를 도왔던 1번 손님 등등.




<달러구트 꿈 백화점2> 덕분에 요즘 특별하게 재미있는 꿈을 꾸지 않아서 심심하던 내가 깨어서도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늘 주인공 페니처럼, 그리고 두번째 제자와 그 추종자들처럼 추억을 곱씹는 내 성향이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동화같은 이야기는 날 위로해준다. 추억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켜켜이 쌓아둔 채 포근하게 우리를 위로해준다고. 추억에는, 그리고 추억을 만들 힘이 있는 우리와 지금 이 시간에는 대단한 힘이 있다고.




부제처럼 2권에서 페니는 2년차가 되어 단골손님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여러 이유로 꿈을 잃어버린 손님들에게 다가가 그들에게 꼭 맞는 처방을 해준다. 그를 바라보던 꿈 속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 세계가 진짜였다는 것을 깨닫는 손님,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꿈을 되찾는 손님, 그리고 흘러가버린 세월이 모두 추억으로 남아 그를 구성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손님, 가끔은 가만히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힘을 되찾은 손님 등등 등등.




페니는 달러구트 님으로부터 중요한 교훈도 배운다. 사람들은 무기력에 빠져 쉬고 녹틸루카 세탁소에서 가만히 쉬고 싶을 때도, 추억을 곱씹으며 슬퍼할 때도, 꿈을 잃고 방황할 때도, 또 앞을 보고 달려갈 때도 있기 마련이라고.그러나, 꿈백화점은 언제까지나 그들을 기다리며 제자리에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꿈을 잔뜩 진열한 채, 또 가끔은 파자마 파티같은 특별한 기획으로 우리를 설레게도 손에 땀을 쥐게도 할 요량으로.





우리에게는 잠이 들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꿈 백화점이 있다. 늘 그곳에 머무르고도 싶고, 외부인인 것이 서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꿈을 제작하고 파는 사람들이 아닌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태어난 이후부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가진 진정한 시간의 신. 그런 우리는 종종 이런 중요한 걸 잊고 살기에, 알사탕만큼 달콤한 이런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





언제나 인생은 99.9%의 일상과 0.1%의 낯선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기대되는 일이 없다고 슬퍼하기엔 99.9%의 일상이 너무도 소중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도, 매일 먹는 끼니와 매일 보는 얼굴도.

―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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