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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8. 2021

음악과 촘촘하게 엮여있는 로맨스 소설,<뮤직숍>을 읽고

그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간직해둔 사랑에 빠져 있는 까닭에 

일사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뮤직숍>, 레이첼 조이스 저





 잘 쓰인 로맨스소설이 읽고 싶은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삶의 희로애락이 어느 정도 함께 들어있으며,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낭만적인 설정에 전율할 수도 있고, 그러면서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소설. 그런 소설은 많지가 않은데, 주인공 중 한 명이 나와 닮아있다면 더더욱 그런 책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밀을 품고 있는 일사와 사랑 앞에서 도망다니기에 바쁜 프랭크가 도대체 어떻게 연결이 될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결론은? 21년 후에나 다시 프랭크를 찾아나선 일사 덕분에 진정으로 살고 있지도 않은 프랭크는 구원을 받는다. 여러모로 소설이기에 가능하고, 현실이었다면 일사는 다른 사람을 만나 아주 가끔씩만 프랭크를 떠올리고, 프랭크는 계속 공장에서 일을 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햄버거를 먹으러 패스트푸드점에 가겠지.





 프랭크는 계속해서 자기는 유년기에 엄마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고, 사랑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므로 상처만 줄 거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분에 넘치게 사랑을 쏟아주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인물이다. 실패한 청년기의 사랑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느라 바빠서 코 앞에 다가온 사랑을 놓치고 마는 인물. 그래서 뒤늦게 쫓아나가지만, 아무리 달려도 그 사람의 뒷통수도 다시 찾지 못하는 인물. 그러니까, 절대로 닮고 싶지 않은 그런 인물이다.





 끝까지 읽으니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은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음악 이야기와 새롭게 알게 된 음악들이 있어 만족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프랭크가 진작에 일사를 붙잡아서 다시 일사를 만나기까지 21년이나 기다리지 않았더라면, 그 21년은 그들만의 추억과 행복으로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죽어도 두번 다시 같은 상처를 받기 싫은 마음은 너무 잘 알지만, 설령 일사와 그들의 관계로부터 상처를 받았더라고 하더라도, 프랭크는 충분히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우리의 두려움이 실제보다 더 크고 무서운 법이니까. 내가 요즘 즐겨듣는 노래의 가사처럼, 떨어지기를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진정으로 인생을 살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를 열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구절이 있어 가져왔다. 어떤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든, 우리는 천국에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다.



먹구름을 뚫고 고난의 강을 건너야만 천국으로 가는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의 생이 고통과 슬픔의 연속일지라도 즐거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천국이 가까워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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