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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6. 2021

초보 작가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같은 책,<연과 실>

<연과 실>, 앨리스 매티슨 저


<연과 실>은 순전히 은유적인 제목을 붙인 것이며, 실은 작가이자 문학 선생인 앨리스 매티슨이 집필한 소설 작법서이다. 부제까지 읽으면 저자가 다소 모호한 제목과 이 책 전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잡아라, 그 실을. 글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그러니까, 타인과 자기 자신의 검열에서부터 자유롭게 연을 풀어놓을 용기, 그리고 그 연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당길 수 있는 이성의 실 모두를 통하여 글은 나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시와 단편소설을 쓰다가, 점차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또 영어 교사나 다른 자워봉사 등의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글을 썼던 자기 자신의 경험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초보 작가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다독임을 아끼지 않는다. 동료 작가들을 구하여 함께 비평하는 일의 중요성이나, 계속해서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호하고 이기적일 필요 등에 대하여.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도 그래서였다. 심리적이고 실체적인 어려움 때문에 갈망하면서도 글을 쓰지 못하거나 쓰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나를 정확하게 간파했고, 그런 내가 생각치 못했던 길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는 소설을 쓰면서도 늘 내면의 묘사에 지나치게 붙들려있곤 했다. 소설을 더 쓰지 못하는 나 자신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망설이는 인물들―말하자면 나와 꼭 닮은 인물들―이 내 주인공들이었기 때문에, 내 소설은 진척이 될 리 없었다. 그런 내게 저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소설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빨간 두건 소녀가 아닌 다른 사람도 읽을 만한 이야기가 되려면 상황을 바꿀 만한 행동을 통해 감정이 폭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늑대는 분노와 증오를 실체화한다. 할머니가 잡아먹히는 결말이든 구원받는 결말이든 중요한 일을 하는, 즉 할머니를 잡아먹는 늑대의 능력이 필요하다. 꼭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생을 바꿀 만한 위협이 등장했다가 저지당할 필요는 있다.

- 107pg, <연과 실>, 앨리스 매티슨 저






이 책이 내 글쓰기에 관련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주지는 못해도, 좋은 지침서가 되어 새로운 안목을 갖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완독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작가는 글쓰기를 위해서 최소 2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은 시간을 내라고 권한다.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전업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한다든가, 처음 몇 차례의 투고로 작가가 되어 유명세를 날린다든가―에 부풀지는 말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세상이 내 이야기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적절한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쓰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이 상황 속에서, 일주일에 두 번 책상 앞에 앉아 오로지 글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100일동안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안에 할 이야기는 차고 넘치고, 쓰고 싶은 갈증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으며,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글은 소설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미뤄왔던 오랜 숙제를 할 때가 되었는데, 이제부터 나는 정말 연을 날리러 가야 하며, 별볼일 없는 내 초고를 견뎌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용기를 이 책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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