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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20. 2021

영원한 고전,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다시 읽고

인간관계로 힘들 때 읽어야 할 책 추천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던 참이었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매번 어렵게 느껴진다. 상대가 원하는 게 뭘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상사의 비위는 어떻게 맞춰야 할지,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왜 기분이 상했는지 등등. MBTI 유형, 상사 유형별 행동양식과 그에 대한 대처법도 찾아봤으나, 내가 무언가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으나 내내 미뤄왔던 건, 이미 한번 읽은 책인데다가, 하도 오래 읽힌 만큼 '뻔한 말'만 줄기차게 늘어놓는 책은 아닐지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얇고 쉬운 내용의 이 책을 후루룩 다시 읽어으면서 역시 왜 고전인지 다시 깨달았다. 서론에서 신신당부한 것처럼,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시시때때로,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혹은 관계 때문에 고민이 되지만 내 안의 지혜가 바닥났을 때, 가장 식견이 높은 자의 조언이 필요할 때 다시 펼쳐보아야 할 책이란 걸 느꼈다.




책을 얼마 넘기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반성 모드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비판하지 말라는 것. 흠, 나는 비판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요목조목 따져대며 사람을 궁지에 모는 것, 내 논리적 전개를 마구 뽐내면서 내가 가장 옳다는 걸 인정받는 것, 그것이 곧 나의 즐거움이다. 게다가, 나는 도통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남도 나에게 관심이 없으면 좋겠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지 않고,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면 기뻐한다는 것도 최근에 깨달았다. 또 한 가지, 나는 표정이란 게 없는 인간이다. 어릴 적부터 놀림도 많이 받았고, 혼도 났다. 역시 다른 사람의 얼굴에 관심이 없는 나는 그들의 표정에도 관심이 없었기에, 그 표정이 내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도 시인해야겠다.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는 사람, 나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고 내 안위를 물어보고 걱정해주는 사람에게 내가 얼마나 쉽게 마음을 여는지, 그리고 그런 관심을 보여준 상대에게 내가 얼마나 친절하고 싶은지. 나를 적당히 좋아하는 사람과 아주 많이 마음을 써주는 사람, 영 탐탁치 못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내가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내가 그들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꽤 티를 많이 내는 편이니까. 책에서 제시하는 마법같은 예시들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관계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걸 절감하고 있으므로, 더욱 친절하고 싶다. 내가 얼마나 철이 없고 어리숙했는지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타인에게 관심 없다는 건 그만큼 쿨한 게 아니라, 그저 세상 사는 요령이 부족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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