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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21. 2021

영원토록 되풀이하여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현존수업>, 마이클 브라운 저


초대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멈추세요. 당신이 가야 할 어떤 곳도, 해야 할 무엇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현존수업>, 마이클 브라운 저







읽다가 한동안 멈추어두었던 <현존수업>을 이제 끝냈다. 그동안은 내가 원하는 대로, 끌어당기는 대로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는 다른 책들에 비해 이 책이 영 심심하게 느껴졌었다. 게다가, 책에서 제시하는 연결 호흡이라는 것이 영 불편하고 숨 가쁘게 느껴졌다. 아직 이 책을 만날 준비가 안 되었던 것이다. <놓아버림>을 읽고 난 후, <현존수업>이 구체적인 해결책―어떻게 하면 해묵은 분노와 죄책감을 손에서 놓아버릴 수 있을까?―을 제시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탁월한 생각이었다. <현존수업>에서 제시하는 10주차 과정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가볍게 일독한 것이 다이므로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기 시작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내 경험의 질에 책임지는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통합을 원하는 사람이며, 애정과 인정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없이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한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구든 미워하고 싶지 않고, 우리는 분리된 신체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아도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경험은 필요한 때에 필요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 역시 내가 지닌 가치관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서 읽기 편했다. 다소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발산하는 에너지에 관련한 부분인데, 우리는 직감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분, 감정, 현존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이 책 덕분에 내 생각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깨어있어야 한다. 내가 어디에, 무엇을 하며 있는지. 나는 마음도 생각도 아닌 더 깊은 차원의 현존이며, 이 삶이 내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잊지 말아야 한다. 현상으로 보이는 것, 내게 불시에 닥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에 현혹되지 않고, 내가 빚어낸 경험의 질을 그대로 비춰준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현존수업>을 끝까지 읽고 나니,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조금 높아진 것 같다. 내 온 마음에 거울을 매달아놓고 나만 보다가, 다른 사람들 역시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다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할까. 그들 역시, 의식적으로 그러나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받기 위하여, 험해보이는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독자적으로 발달시킨 생존 양식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확히 내가 예상했던 대로, 내가 추궁하던 대로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나를 돕고 있었을 뿐이다.




문득 애정을 추구할 때의 내가 가지고 있으며, 계속 느끼기 원하는 울림을 알게 됐다. 그건 바로 소외감이라는 울림이다. 나는 단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만큼의 중요 인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기 위해서 상처주면서 은근히 기뻐하는 사람이가모나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사랑을 애타게 받고 싶을 때 유년시절의 나는 내가 정확히 원하는 정도의 애정을 받을 수 없다고 느끼거나, 외면받았을 때의 버림받은 느낌을 강력하게 체험했기 때문에 지금도 애정 관계에서 늘 소외감을 스스로 느끼도록, 상대방이 받도록 조절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습니다>를 읽으려고 하는데, 내 모든 감정과 느낌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꼬리표 붙이지 않은 채로 모두 끌어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이제야 읽을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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