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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Nov 15. 2021

애쓰는 마음을 없애고 싶어서 읽은 책

<될 일은 된다>, 마이클 A. 싱어 저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 여정을 떠났던 그 사람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사포와도 같았던 삶의 흐름 덕분에 나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스스로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끊임없이 끌어당기는 마음의 힘으로부터 끝끝내 벗어날 수 없었던 나는 순전히 절박한 마음으로 삶의 두 팔에 몸을 던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이라고는 내 앞에 놓인 것을 최선을 다해 섬기며 내 안에서 올라오는 모든 것들을 놓아 보내는 일뿐이었다. 기쁨과 고통, 성공과 실패, 칭찬과 비난, 이 모든 것이 내 안에 깊숙이 뿌리 박혀 있던 것들을 잡아당겼다. 더 많이 놓아보낼 수록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나를 옭아매고 있던 것을 찾아내는 일은 내 책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몫이었다. 내 안에서 무엇이 올라오건 기꺼이 놓아 보내는 것, 그것이 나의 책임이었다.

― <될 일은 된다>, 마이클 A. 싱어 저




 최근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고 싶은 것. 결국 어떻게든 안 될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지나온 과정 내내 내가 보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무슨 일이든 애씀 없이 하고 싶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 순간 순간 존재하면서.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마이클 A. 싱어의 <될 일은 된다>이다. 부제는 바로, 내맡기기 실험이 불러온 엄청난 성공과 깨달음. 나는 목적에 맞는 탁월한 책을 골랐고,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허둥지둥하던 마음을 내려놓는데 도움이 됐다.





 한동안 시크릿에 푹 빠져있었다. 심상화라든가, 모든 현상은 내면의 반영이라든가, 모든 생각은 진동이 있으 그 자체로 실현될 힘을 가진다든가,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는 느낌이라든가 하는 것들. 지금도 물론 믿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다른 기로로 들어선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바라는 결과를 위해서 심상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생각하는 내게 가장 좋은 결과, 혹은 그에 이르는 경로보다 삶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가장 좋은 것을 준비해줄 것을 믿고 모두 내려놓는 태도이다.





 <될 일은 된다>는 저자 마이클 A. 싱어의 인생 여정을 풀어낸 책이다. 그는 어느날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알아차리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명상에 입문한다. 그는 더욱 명상에 정진하기 위해 숲속에 들어가는데, 삶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 책은 개인적 호오를 내려놓고 끊임없이 삶에 모든 것을 내맡기기로 결심했을 때 인생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교재이다. 워낙 드라마틱한 그의 인생 여정을 그려낸 책이라 쉽게 읽히기도 하고, 읽다보면 납득할 수밖에 없다. 왜 내려놓는 것이 인간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나는 이 책으로 마이클 A. 싱어를 처음 만났다. 이후에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읽을 생각이다. 그가 가진 믿음, 관념이 마음에 들기도 하거니와, 스토리텔링을 상당히 잘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물론 책을 읽는 내내 의구심이 올라오긴 했다. 과연 이런 기적같은 일이 그의 삶 속에서만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그가 예외의 인물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그러나, 나도 내 삶을 가지고 내맡기기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늘 저항하고, 벽을 쌓는 데 익숙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혹은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주 불완전하다는 것. 삶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과, 삶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





 물론, 생각을 한시도 그칠 줄 모르는 내가, 이 생각이 나의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놓아버리고 현존하는 것, 삶이 주는 도전 과제에 온 영혼을 다해 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여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게다가 나는 큰 성공이나 깨달음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도 아니다. 생에 큰 집착도 없으니, 놓아버리기란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믿는 사람이고 싶다. 모든 기적과 믿음, 그리고 진실을.





 삶이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어떤 큰 계획이 있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그 그림에 나를 온전히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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