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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Nov 05. 2021

이야기의 힘을 믿는 당신께 추천하는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들>, 정혜윤 저

 그래서 에우페미아에서 북서풍을 따라 130킬로미터를 넘어 각자 온 곳으로 돌아갈 때 우리의 늑대는 다른 늑대가 되고 누이는 다른 누이가 되고 전투는 다른 전투가 되고 또 많은 단어들이 새로운 의미를 가진 다른 단어가 되고 어쩌면 우리도 다른 사람이…

  ― <슬픈 세상의 기쁜 말들>, 정혜윤 저




 이야기를 통해서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숨 쉬고, 나 또한 한 편의 이야기로 남는 것…. 이야기의 힘을 믿는, 그러니까 울퉁불퉁한 생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오직 이야기만이 내 영원하고 믿을 수 있는 동반자인 지팡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혜윤 PD님의 글은 그가 사랑하고 몸 담고 있는 라디오를 닮았기에, 나는 그의 글을 읽을 때 꼭 라디오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는 많은 것을 듣고, 보고, 전하는 일을 하므로 그를 읽는 내 얄팍했던 삶도 덩달아 풍요로워진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들>은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벅차고, 그 하룻동안 쌓인 화, 슬픔, 부끄러움 같은 것을 소화하느라 급급한 내게,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로 남고 싶은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희망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뽐낼 수 있을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무너져도 매일 새롭게 일어나므로 멋진 그런 이야기. 





 이 책에는 아주 큰 슬픔을 삼켜내서 자기만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들의 삶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어떻게 한 사람에게 이렇게 큰 고통이 주어졌을까, 이 고통을 겪어내면서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하면서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이런 고통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사랑과 환희, 슬픔과 고통은 시간을 달리해가며 나를 찾아올 뿐임을 인정하게 되고… 내가 이만큼 마음이 아린 것은 이만큼, 어쩌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었던 내 소중한 존재가 있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혜윤 PD님의 글을 읽으면 내게 사랑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혹은 내게 소중한 존재들을 상기하게 된다. 그건 그만큼 더 아프고 슬플 일들이 많아진다는 뜻인데, 나는 그런 가능성도 포용하는 것만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하는 수 없이 모든 가능성을 한꺼번에 끌어안는 사랑. 아주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사랑 이야기가 필요할 때, 그러니까 내가 어떤 이야기가 되고 싶은지 해답을 찾고 싶을 때마다 나는 그의 글을 찾게 될 것 같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들>을 통해서 내가 되고 싶은 이야기의 단초를 찾았다는 것은, 곧 내가 스스로에게 걸 수 있는 주문을 찾았다는 말과 같다. 내가 보고 나아가야 할 북극성같은 그런 주문이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배 안의 선원들과는 갈등이 이는 컴컴한 바다 한 가운데서도 등대가 있음으로 인해서 그래, 내게도 목적지라는 것이 있었지, 애초에 출발한 이유라는 것이 내게는 있었어, 하고 생각하도록 도울 그런 주문이다. 바로 '나는 내가 전하는 이야기'라는 주문.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나의 가치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가치와 같다. 내가 살리고 전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나다."
 내가 힘을 잃을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다.

  ― <슬픈 세상의 기쁜 말들>, 정혜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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