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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an 23. 2023

<빅 매직> 중 일부 발췌

<빅 매직>,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그는 시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서는 별반 가르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강조한 것은 '왜' 쓰는가였다. 바로 기쁨 때문에 쓰는 것이다. 그 완고한 즐거움 때문에 쓰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장 창조적인 삶을 살라고 가르쳤다. 가장 창조적인 삶이라는 수단으로 이 세상의 무자비한 용광로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는 용기가 있니? 그 작품을 끝까지 이끌어 낼 용기가 있어? 네 안에 감춰진 귀중한 보물들은 네가 '그렇다'라고 말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단다."



 "아니요, 리즈. 내 문신은 다 영구 문신이죠. 내 몸이 일시적인 거라고요. 당신 몸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는 여기 지구상에서 어차피 잠깐만 있다가 갈 거잖아요. 그래서 나는 오래전에 이런 결심을 했어요. 나에게 시간이 남아 있는 한, 가능한 최대한 장난스럽고 재미있게 나 자신을 꾸며 보겠다고요."


 나는 내 삶을 꾸며 주는 밝은 색감이나 새로운 음향, 거대한 사랑, 혹은 모험적인 의사 결정, 이상한 경험들, 기이한 시도들, 갑작스러운 변화, 심지어 실패조차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것들이 그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당신을 살아있게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하라. 당신 자신을 매혹시키는 것, 당신 자신이 집착하는 것, 당신 자신의 충동을 좇아라. 그들을 믿어라. 무엇이든 창조하는 것은 당신의 마음에 큰 변혁을 가져온다. 

 그러고 나면 나머지는 저절로 굴러갈 것이다.



 달리 말해, 나의 온 생애를 바친 일이 당연히 실질적으로 쓸모가 없는 종류의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해도 나는 조금도 실망스럽지 않다.

 그 사실은 오히려 더 신나게 놀아 볼까 하는 마음만 들게 할 뿐이다.



 "작곡가로서 내가 진짜로 유일하게 하는 일이란, 그냥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꾸며 주기 위한 보석 장신구를 만드는 일 정도란 걸 깨달은 겁니다."


 남자 친구의 음계 연습이나 내 습작이나 결국은 같은 얘기였다. 당신의 손을 작업에서 뗴지 말고 언제나 손에 쥐고 있으라는 것. 정말 아무런 집필의 영감도 떠오르지 않는 운 나쁜 날에는 주방 타이머를 30분 단위로 맞춰 두고 그 시간 동안 식탁에 앉아서 뭔가를, 뭐라도 끄적이려 애썼다. 나는 존 업다이크가 어딘가에서 한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는 사람들이 읽어 본 중 가장 잘 쓰인 소설들 중 일부는 단 하루, 한 시간 만에 쓴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작업에 온전히 헌신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혹은 내 작업이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든 상관없이 최소한 30분은 어디서든 깎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는 발전해 나갔다.

 그것은 참 단순하면서도 너그러운 삶의 법칙이다. 당신이 무엇을 연습하든 당신은 그것을 점점 더 잘하게 될 것이다. 



 정말 사랑하는 상대와 단둘이 있기 위해서라면 당신은 그 어떤 것도 포기할 용의가 있는가?

 그 모든 것들을 그저 부담스럽고 귀찮고 힘든 것으로 생각지 말라. 그 모든 것들을 섹시한 밀회의 순간으로 생각하라.



 그는 자신에게 권한다. "어서 서둘러서 일단 진행이라도 해 보자.―나 자신에게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다른 사람이 내 노력을 알아줄지 여부는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플라톤의 『국가론』수준의 작품이 나올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말자. 가장 작은 발전으로도 만족하고, 그 결과물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해야지."




 창조성에 대한 일관된 고정 관념 중 하나는 바로 창조성이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조성을 제대로 펼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을 광기로 내몬다.("만약 네가 네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내놓으면, 네가 내놓은 그것이 너를 구원할 것이다. 만약 네가 네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내놓지 않으면, 네가 내놓지 않은 그것이 너를 파멸하리라." ―「도마 복음서」) 그러니 성공하든 실패로 돌아가든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내놓아라.



 우리 모두는 잠시 우리 자신에 대한 것들을 잊게 도와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우리 나이를 잊고, 성별을 잊고, 우리의 사회 경제적 배경을 잊고, 우리의 의무와 실패들과 우리가 잃어버리고 망친 그 모든 것들을 잊게 해주는 것.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뜨려놓아서 먹는 것도, 용변을 보는 것도, 잔디를 깎는 것도, 우리의 적들을 미워하는 것도, 우리가 가진 불안 요소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몽땅 잊게 해 줄 것이 필요하다. 신에게 하는 기도가, 공동체 내에서의 봉사 활동이, 성행위가 우리에게 그런 것이 될 수 있고, 운동도 가능하며, 무엇보다 약물 남용이 가장 확실한 것이 될 수 있지만(비록 아주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결과를 불러오긴 해도), 창조적인 삶 역시 그런 것이 될 수 있다. 아마도 창조성의 가장 위대한 자비는 이러한 것인지 모른다. 단시간 동안 어떤 마법의 주문으로 우리의 관심과 주의를 온전히 흡수해 버리는 것. (생략)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의 창조적 여정이 끝날 무렵에는 기념품이 주어지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당신이 직접 만든 것으로써, 당신과 창조성과의 짤막하지만 변화무쌍한 조우를 영원히 기념하는 당신의 작은 작품이다.



 나에게 내 책들은 바로 그런 것이다. 잠시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다행히) 탈출할 수 있게 해 준, 내가 떠난 작은 마음의 여정의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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