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올스 저
에이모 토올스 작가는 5년마다 한 권의 책을 쓴다고 하니, 아직 한참이나 기다려야 한다. 길고 고통스러운 기다림이겠지만 세상은 넓고 양서는 많으니까. 처음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모스크바의 신사> 덕분이었고, 이 책도 엄청난 극찬에도 불구하고 선물받고 난 후에야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찾아 읽은 <우아한 연인>. 읽고 난 다음은 흠, <모스크바의 신사>만 못하다고 생각했으나, 자꾸 생각이 나고 들춰보게 된다.
어제는 직장에 있다가 문득 <우아한 연인>의 일부 구절이 가물가물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답답했다.
<월든>에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 하나 있다. 소로가 우리에게 자기만의 북극성을 찾아 선원이나 도망노예처럼 흔들림 없이 그 별을 따라가라고 권고하는 구절이다. 그 구절을 읽으면 짜릿한 기분이 든다. 우리가 충분히 포부를 품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그토록 뻔히 보이니까. 하지만 그 진정한 길을 계속 따라갈 수 있을만큼 사람의 자제심이 뛰어나다고 해도, 진짜 문제는 자신의 별이 하늘의 어느 부분에 거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옛날부터 항상 들었다.
딱 여기까지만 기억이 났다. 내가 궁금해하던 이후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월든>에서 지금까지 항상 내 곁에 머무르는 구절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소로는 진리가 멀리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도 말한다. 저 멀고 먼 별 뒤에, 아담이 태어나기 이전과 심판의 날 이후에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모든 시대와 장소와 일들이 모두 지금 이곳에 있다." '지금 이곳'에 이토록 찬사를 보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만의 별을 따라가라는 권고와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말도 별을 따라가라는 말만큼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도달하기가 훨씬 더 쉽다.
오늘 아침에야 찾아보고 조금 놀랐다. 내가 필요로 하던 그런 내용이었기 때문에. 아닌 게 아니라, 실은 요즘(늘 언제나 그렇듯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직장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던 찰나에 이 구절을 읽게 된 것이었다. 진리는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
바로 이런 구절들 때문에, 책 관리도 못하여 재독할 생각이 없는 책들은 얼른 중고서점에 팔아버리는 내가 아직도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같은 이유로 <모스크바의 신사>도 내게 그대로 있다. 어쩌면 에이모 토올스 작가의 책은 전부 수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아한 연인>은 처음에는 내게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으나, 젊음이나 인생의 항로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책이니만큼 언제까지나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세월이 흘러 지금을 뒤돌아 볼 때 이 책을 읽으면 또 전혀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실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나는 진가를 알아볼 만큼의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