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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24. 2020

사랑스러운 사랑의 정의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에서 건져올린 한 문장

“You are the note of my life, and you are the secret eavesdropper.”





 몇 해 전,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발견한 문장이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서로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이 한 문장이 어떤 사랑의 정의보다도 사랑스럽고 정확하게 느껴졌다.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배우 에단 호크가 감독을 맡은 영화로 유명하다. 나는 행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우연으로 이 영화를 만났고, 보는 내내 이 영화의 아름다움에 겨워 울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은퇴한 뒤 현재 학생들을 지도하며 홀로 사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음악과 삶, 예술과 연습 등에 대하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므로 꼭 추천하고 싶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위의 문장이 등장한 경위는 이렇다. 세이모어는 슈만 환상곡 Op.17의 마지막 악장을 연주하며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슈만은 아내 클라라에게 줄 결혼 선물로 이 곡을 작곡한 후에 글귀를 하나 골랐다.
"색색의 대지의 꿈 속에서 수많은 소리를 꿰뚫고 하나의 음이 조용히 들리니 은밀하게 귀 기울이는 이가 있구나."
그리고 이 곡을 클라라에게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대가 내 삶의 음이고 은밀히 귀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계속 내 마음에 맴돌았다. 어쩌면 사랑이란 작은 음을 하나 듣기 위해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생각할 거리들, 마음에 모아둘 수 있는 소중한 문장들을 많이 담고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예를 들면, 아이에게 음악을 교육시킬 때 지켜야 할 원칙이나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같은 것들. 이 영화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 마음산책에서는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필연적으로 책을 사서 읽었는데, 역시 보석같은 구절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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