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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4. 2020

아티스트웨이 7주차 달라진 것 - 나를 위한 요리하기

<아티스트 웨이 : 나를 위한 12간의 창조성 워크숍>, 줄리아 카메론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말을 꼭 해야겠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썩 밝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마도 중학생일 때, 우리 아빠는 내게 아주 주옥같은 말을 남겼다. 세상 죄를 다 지고 가는 예수도 너보다는 표정이 밝겠다고. 예민하고, 생각이 엄청 많은 나는 내 안으로 자꾸 파고드는, 그래서 자꾸만 우울해지기 딱 좋은 성향의 소유자다. 그런데 <아티스트 웨이>를 시작한지 7주차인 요즘은 문득 잠결에 눈 떴을 때, 책 읽기와 드라마보기 외에 딱히 취미랄 것이 없던 내 일상이 촘촘해져서 일과와 일과 사이에 잠시 숨을 돌릴 때, 나, 지금 꽤 행복하다는 느낌이 마음에 번진다.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을 12분의 7만큼 완주한 지금, 나는 요리를 시작하고, 취미미술을 위해 오일파스텔을 사고, 바질 키우기를 시작했다. 




요리를 시작할 때 일어나는 변화


 우리 엄마는 요리를 정말, 정말 잘 한다. 본격적인 요리 시작 전까지 다시마 국물을 낸다거나, 마늘 몇 KG를 하나하나 몇날며칠에 거쳐서 까곤 한다. 그만큼 본인의 건강한 요리,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요리임을 어필했고, 나는 딱 그만큼 요리로부터 멀어졌다. 내가 엄마 정도의 열성을, 시간을 쏟아넣을 수는 없을테니까.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나의 요리를 위해 직접 이것저것 고려해서 국거리용 쇠고기를 사고, (국거리용 쇠고기를 고작 150G 사서 되냐고 정육점 아저씨가 한 소리 했다. 근데 그 과정도 나는 너무 재밌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얼른 우리 세식구가 먹을 밥을 찌고, 있는 재료로 두부조림을 뚝딱 해내는 과정이 그저 즐거웠다. 우리 식구 먹이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본래 시골쥐 입맛이긴 했지만 정말 간단히 찌고 삶는 것 외에는 하지 않던 나의  밥상이 풍성해졌다.



 

 그와 동시에, 만큼 나만의 취향이 들어간 건강한 밥상을 먹게 되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대접하기 위한 요리를 하는 사람이 삶에 단단히 뿌리내린 사람으로, 잘 벼린 무기를 사람으로 보였다. 우리 가족은 고작 세 식구지만 각각의 예민한 입맛을 가졌다. 내가 성인이 되어 더더욱 나만의 취향을 갖게 되면서 확연히 깨달은 사실이다. 요리를 하면서 알게 된 건, 남이 해주는 요리 먹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남이 해주면, 그 정성과 남길 음식에 대한 부채감은 있지만 더 내 입을 즐겁게 해주는 다른 음식을 찾게 된다. 반면에 내가 한 음식은, 밥이 설익지는 않았는지, 혹은 다음에는 어떤 다른 재료로 더 맛있게 할 수 있을지, 그때 간장을, 아니면 꽈리고추를 그만큼 넣었던 내 결정이 맞았을지 고심하며 맛을 음미하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그동안 내가 한 요리란, 가지찜, 강된장, 감자계란국 등등. 이제 밥을 제법 맛있게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맛없다고 불평했던 식당밥도, 각각의 반찬을 집에서 직접 하려면 손질하고 찌고 양념하고.. 얼마나 손이 많이 갔을지를 생각하며 감사히 먹게 됐다. 내가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집에 있는 어떤 재료를 썼을까 고민도 해보게 되고.





사진은 가지밥. 압력밥솥으로 한 거라 물 조절이 잘 될지, 간은 잘 맞을지 노심초사했으나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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