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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1. 2020

명상과 아티스트 웨이로부터 배운 것

행복을 기르는 법

 첫 회사생활 즈음에, 거의 매일같이 울며 출근을 했다. 못 견디게 어려워서 퇴사를 하려면 나를 위한 결단이 내려야 하고, 그러려면 나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 지금 내 세계의 전부인 것 같은 조직에서 튕겨져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다 무너져내린 상황에서 그런 믿음이 있을리 만무하다. 결국에는 참고 참다가 살기 위해 결정한 퇴사 이후, 생각과는 달리 내 마음은 회복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선릉에 위치한 명상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불안했던 만큼 질 좋은 수면을 확보하기가 너무도 어려웠고, 명상센터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명상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할 마음과 몸의 힘이 없고, 부족했던 수면을 채우기 바빴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명상센터를 다니고 그만두게 되었다. 참, 나처럼 "생각이 너무 많은" 유형의 사람들은 생각을 덜어내려는 연습이나, 명상에 매진하기보다 더욱 활동적인 명상(예를 들면 모닝페이지 쓰기), 혹은 요가와 같이 몸을 움직이는 명상을 추천한다.





 명상센터에서 수업은 주역에 대한 수업과, 선생님이 듣고 보았던 풍부한(나와 닮아 있는) 사례들, 그리고 명상 연습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나를, 그리고 나를 힘들게 했던, 나와는 너무나 다른 그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명상을 배우러다니던 때로부터 1년 뒤, 아티스트 웨이(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를 시작한 나는 아티스트 웨이와 명상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이 꽤나 닮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행복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명상을 배우던 때, 선생님이 해준 말이 있다. 주말에, 혹은 퇴근 후에 힘들다고, 쉼이 필요하다고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 절대 그런 방식으로는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는 게 재미가 없어, 하고 가만히 있으면 배고픈데 배고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배가 불러지지 않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음식을 먹어야 배부르듯, 재밌는 일을 해야 사는 재미가 생긴다. 휴식을 하기 위해서는, (몸이 아닌 뇌, 마음의 휴식을 위해서는) 내 마음의 풍경을 환기시켜줘야 한다. 나무가 있는 공원을 걷든지, 내가 좋아하는 향을 맡든지. 선생님이 추천해준 한 가지 방법은 머리를 쓸 필요 없는 반복적인 행위, 이를테면 나물 다듬기였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온 마음이 녹초가 되어서 암막커튼마저 닫고 집에 누워있고 싶을 때도, 몸을 일으켜서 가까운 공원 한 바퀴라도 걷는다. 아니면 폼롤러로 스트레칭하면서 드라마라도 본다.




 아티스트 웨이는 끊임없이 창조성의 샘을 새로 채워준다. 내 안의 창조적인 어린 아이가 다시 숨쉴 수 있도록, 결코 효율적이지 않은, 내 마음을 따라가는 행위를 새롭게 시도하도록, 도전하도록, 생각으로 멈추지 말고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든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크고 작은 첫 발걸음들로 인하여.




 예전에는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카메론 저)에서 하라고 해서 억지로 몸을 움직였던 일들(새로운 피아노곡 연주, 아침 일기 쓰기, 계속 책을 읽는 대신 멈추고 나의 마음을 쓰기, 시향하기 등)이 자연스럽게 내 일상으로 자리잡혔다. 참, 내가 이런 걸 할 때 행복을 느끼는 인간이었지, 하고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나를 보살피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어린 예술가를 대하듯이.









 처음에 12주간의 아티스트 웨이를 함께 완주하는 모임을 시작하기 전, 관심을 보였던 어떤 분이 세 번의 아티스트 웨이를 완주했다고 우리의 모임 리더님으로부터 들었다. 세 번? 그건 마치, 이제 조깅을 시작한 초보 러너가 하와이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베테랑을 마주했을 때의 아득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티스트 웨이 8주차에 접어든 이 때, 나는 한 번의 아티스트 웨이 완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막상 시작했을 때는 한 번은 턱없이 부족한 이 마성의 워크숍을 널리널리 알리고, 나의 변화를 의식하기 위해서 계속 기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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