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Nov 01. 2022

마음만큼은 지지 않을래요

 하염없이  종이를 바라보았다. 어제는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담아내기에 시간이 부족했는데 오늘은 일기  줄도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잡은 펜을 한참 돌리다가 내려두고 노트북을 켜서 미뤄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파일로 저장된 이력서에는 내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분명 나의 이야기를 적었지만 애써 좋은 말로 포장해둔 것이 스팀을  쳐서 뽀얀 우유 거품을 올린 카푸치노 같다. 조금만 시간을 두고 보면 힘없이 거품이 사그라든 나를 만날  있다. 내용물은 별것 없으면서 잔뜩 부풀린 모습이다. 빚으로 만든 졸업장과 별것 아닌 민간자격증이   있을 ,  흔한 수상이나 어학연수 경험도 없다. 인턴 경험과 파트타임 경력도 뒤죽박죽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이력서를 보는 기업 입장에선 혼잡하게 보는 것이 현실.

“왜 이런 경험을 가지고 이쪽으로 지원했어요?”


 실은 나도 알고 있다. 이런 이력서를 적을 수밖에 없던 이유도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해야 하는 일이 달랐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고 싶은 분야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말로 재능 있는 사람은 많았고 그들은 성실하기까지 했다. 잠을 줄이고 나를 덜어내며 달려봐도 따라가지 못하는 존재가 있었다. 오기가 생겨서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알게 되었다.

‘아, 나는 따라가기 힘들겠구나.‘

온몸에 힘이 탁 풀리며 그대로 고꾸라져서 한참을 누워있었다. 일어날 생각도 안 들어서 그저 눈을 감고 나의 한계에 점을 찍어두었다. 요즘 애들은 의지가 부족하다든지, 고생을 안 해봐서 조금만 힘들면 포기한다는 말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른이 되면 부모님처럼 뭐든 척척해낼  있는 건지 알았지만 여전히  모습은 급식을 먹던 그때와 다를 것이 없다. 키와 생각은 성장을 멈춘  그대로인데 어느새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었다. 엄마는  나이에 아이를 낳았지만 나는 아직 어린아이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상 좌절하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을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것을 알기에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자 지원 동기가 되었다. 넘어져있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모든 경험과 시간 속에서 잃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얻는 점도 존재한다. 문제의 가진  누구를 따라가며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을 배웠다. 스스로를 관찰하는 법과 보폭에 맞는 속도를 알게 되었다. 여전히 서툰 사람이고 기껏 쌓아놓은 침착함이 사소한 감정 하나에 와르르 쏟아지기도 한다. 오늘은 조금 이겨냈지만 내일의 승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불완전하고 어설픈 나를 ‘젊은이 ‘청년이라는 호칭이 조금은 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만 채워졌을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당장  하나 먹여살릴 번듯한 직장도 없을뿐더러 경험도 부족한 ‘어른이. 지금은 겉모습을 따라 미처 자라지 못한 마음으로 어설픈 사회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게 자라나는 중이다. 어쩌면 다른 이들도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있는 일을 찾고 자리를 잡아가는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으며 아주 조금씩 중심을 잡아가려 한다. 어떤 모습이더라도 본질을 잃지 않으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과정이다. 각자에게 적절한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맞춰 종종걸음으로 따라갔지만 나의 보폭에 맞지 않았다. 미약하지만 나의 페이스를 찾아서 끝까지 뛰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사람을 고작  문장으로 소개하기에는 아쉽기에 나를 설명할  있는 준비하는 것이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분명한 방향을 찾아서 나아간다면 완성된 문장은 나에게  맞는 글을 찾게  때가 오겠지. 이제야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아직 어른은 아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