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다시 살아지는 밤
매일 밤을 걷는다.
커다란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마음이 꽤 오래 흔들리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고, 그때부터 발걸음이 저절로 밖으로 향했다.
여러 일을 지나오면서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이것저것 시도도 해보고, 계획도 세우고, 마음의 흐름을 억지로 붙잡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중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마음이 더 멀어지고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잘할 필요도 없고, 아무 성과 없이 돌아와도 상관없는 일.
그저 오늘의 무게를 잠깐 내려놓을 수 있는 일.
밤길을 걷다 보면 모든 게 잠시 조용해진다.
가끔은 생각이 멈추는 순간도 있는데, 오히려 나를 살게 했다.
누구의 기대도, 학교의 문제도, ‘어른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기준도 그 시간만큼은 잠시 뒤로 밀린다.
걷다 보니 알겠다.
내가 바라던 건 이기는 삶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마음이었구나.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백태.
백 번 부딪혀도,
백 번 흔들려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삶.
큰 성취가 없어도,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오늘을 견뎠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날들이 있다는 것을.
그렇게 조용한 평온이 스며들었으면 한다.
어디쯤에 서 있든,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자기 속도로 다시 걸어갈 힘을 천천히 찾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