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닳지 않게 살아내는
나는 원래도 다 해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부탁을 모두 받아내지도 않았고, 늘 착한 얼굴로 버티는 쪽도 아니었다.
그런 성격임에도 조금 더 설명해야 했고, 조금 더 증명해야 했다.
경계를 지키는 태도가 차갑게 보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시간이 지나고 보니 끝까지 남는 건 설명을 잘한 사람이 아니라 경계를 지킨 사람이었다.
경계를 지킨다는 건 선을 긋는 일이 아니라 선을 다치지 않게 관리하는 일에 가깝다.
박하지 않게,
그러나 흐트러지지 않게.
그건 이기심과는 다르다.
다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해야 할 몫 앞에서는
뒤로 빠지지 않는 태도.
각자의 자리를 넘지 않으면서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사람.
경계를 지키는 일은
날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닳지 않게 하는 일다.